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42dot)이 연내 경기 성남시 판교 통합 사옥으로 이전한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 경기 용인시 등지로 분산된 오피스 공간을 한데 모아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우수 소프트웨어(SW) 인재 영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포티투닷에 1조 5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쏟아부은 현대차(005380)의 SW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오는 12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 판교2테크노밸리 내 'SW드림타운'에 입주한다. 9층 높이의 SW드림타운은 현재 공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 포티투닷은 두 개 건물로 이뤄진 SW드림타운 중 한 개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임직원 15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포티투닷은 서울 강남·서초구와 경기 분당·용인 사옥에 분산된 인력을 한데 모아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해 최고의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판교 통합 사옥의 핵심은 전기자동차(EV)와 모빌리티 R&D를 위한 시험 공간인 ‘차량 워크숍(vehicle workshop)’이다. 그간 분산된 사옥들에서는 낮은 천장 등 건물 구조로 인해 각종 테스트를 할만한 넓은 공간 확보에 제약이 있었다. SW드림타운은 신축 건물인 만큼 설계 과정부터 구상해 테스트 공간을 확보했다. 차량 워크숍은 각종 차량 테스트 공간과 실험실들로 꾸며질 예정이다. 해당 공간을 통해 포티투닷은 직접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솔루션과 이를 장착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티투닷이 전기차 기반 PBV를 자체 개발해 서울 청계천에서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역량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IT·모빌리티 기업이 밀집한 판교지역 특성상 포티투닷이 사활을 걸고 있는 우수 SW 인재 확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포티투닷 임직원의 70%는 개발자로, 현대차·기아(000270)의 조(兆) 단위 투자로도 인재 유치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200여 명 수준이던 임직원 수는 올 3월 350명을 넘겼다. 현재 인공지능(AI)·클라우드·블록체인 등 140여개 직군에 대한 세 자릿수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송창현 대표는 지난 6일 소셜미디어(SNS)에 채용 공고들을 공유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한 번뿐인 기회”라고 소개했는데 최근 “인력은 지금의 2배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 계열사인 포티투닷을 통해 자체 운영체제(OS)를 갖추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1조 707억 원에 포티투닷 지분 93.2%를 인수했다. 앞서 포티투닷 창립 초기 투자 금액 등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투자금은 1조 5057억 원에 달한다.
포티투닷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스스로 운영되는 도시 교통 OS인 UMOS(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 구현을 목표로 설립 초기부터 풀스택(full-stack·운영 시스템과 SW 전반) 자율주행 기술부터 모빌리티 플랫폼까지 탄탄한 기술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지향점과 같은 방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R&D를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SW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로소 보다 완벽한 SW 중심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바꿀 계획이다. SDV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차량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12일 현대차·기아는 R&D 조직을 연합체방식(ATO)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기아 본사 SDV 본부와 협조 체계를 갖춰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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