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의료 시스템을 수출하며 첫 글로벌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UAE에 본거지를 둔 투자회사와 합작법인을 통해 오는 2026년 두바이 헬스케어시티Ⅱ에 65병상 규모의 소화기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운영 전반을 담당하면서 글로벌 진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아산병원은 22일 오전 병원 대회의실에서 스코프 인베스트먼트와 'UAE아산소화기병원'(가칭)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아산병원이 2026년 완공되는 UAE아산소화기병원을 관리할 의료진을 파견해 진료 및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스코프 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이번 계약의 골자다.
서울아산병원은 별도 출자 없이도 의료시스템 및 경영 노하우 전수에 따른 인건비와 별개로 UAE아산소화기병원의 지분 5%를 확보했다. 향후 15년간 매출액의 일부, 성과 달성 시 인센티브 등의 운영 수수료도 보장받았다.
국내 의료기관이 UAE에 병원 설립 및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2014년 8월 UAE 정부와 계약을 맺고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Sheikh Khalifa Specialty Hospital)을 위탁 운영 중인 사례가 유일하다. 아산병원의 경우 스코프 인베스트먼트사가 의료 수준을 높이 평가해 2019년부터 협력을 제안해온 덕분에 첫 글로벌 병원 시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2년간 검토한 끝에 2021년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부지 매입, 병원 설계, 합작법인 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운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계약식에 참석한 파리드 빌베이시(Fareed Bilbeisi) 스코프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UAE는 인구 5명 중 1명이 위산 역류,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소화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전체 암 중 대장암 유병률이 두 번째로 높다"며 "세계적인 의료 수준으로 중증 고난도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현지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UAE아산소화기병원이 들어설 두바이 헬스케어시티Ⅱ는 두바이공항에서 10분, 아부다비 공항에서도 60~80분 거리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다. 2030년까지 총 176.5헥타르(ha)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어서 UAE 정부 차원에서도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UAE아산소화기병원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최초의 통합형 소화기전문병원으로서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2만 2150 규모로, 중환자실을 포함해 총 65병상을 갖추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한국 의료진 면허 승급 관련 협의를 거쳐 의사 6∼7명과 간호사 4∼5명을 관리자급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병원에선 위·대장·간·담도·췌장 등 모든 소화기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한 최소침습적 소화기질환 치료와 수술 중심의 초기 소화기암 치료, 고도비만수술 등도 제공된다. 두바이 내에 부족했던 소아 소화기질환 치료는 물론 간이식 수술 전후 통합 관리도 제공될 예정이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해외병원사업단장(성형외과 교수)은 “UAE아산소화기병원은 65병상 규모로 역량 유출을 최소화하고 재무투자를 배제하면서도 안정적인 파트너사와 협력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아산병원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아산병원이 쌓아온 진료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운영하는 첫 번째 특화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현지 의료진 교육을 통해 중동 지역의 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글로벌 병원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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