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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저성장 위기…글로컬 신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퀀텀점프해야”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명지대 교수)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GDP 추월, 인구절벽까지 닥쳐

혁신하는 나라·지역은 성장, 그렇지 못한 곳은 뒤처져

美 보호무역, 우리도 적극적 산업정책으로 기업 지원

R&D 허브 싱가포르, 바이오 성지 英 셰필드 배워야

한국경영학회장인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도 최근 6년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5.15%에 달했는데 한국은 1.33%에 그쳤다”며 신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정부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고금리 지속과 더불어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미중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 이어지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가계 부채, 기업 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추월하는데 인구 절벽까지 닥쳐오고 있다”며 “글로컬 신산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퀀텀점프를 하는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구개발(R&D) 허브로 성장한 싱가포르, 바이오 성지로 성공한 영국의 셰필드에서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니라 하반기에도 여전히 어려운 ‘상저하저(上低下低)’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역 적자도 5월까지 15개월 연속 지속됐다가 6월에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됐다. 비금융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한계 기업 비중이 지난해 말 35%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는 모두 국내총생산(GDP·1조 7219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인구 절벽도 임박했다. 무엇보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잠재성장률도 계속해서 떨어져왔다.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른 주요 선진국과 경제를 비교해보면 어떤가.

△최근 6년 동안(2017~2022년) 한국의 GDP가 연평균 1.33% 성장했지만 미국은 5.15%, 캐나다는 5.94%, 영국도 3.44%나 불어났다. 우리보다 덩치가 훨씬 큰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 이 국가들이 지속 성장하는 비결은 딱 하나다. 혁신하는 것이다. 혁신하는 나라나 지역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하는 곳은 뒤처진다. 혁신적인 기업을 유치하든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와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하는 곳만 승승장구한다. 대한민국은 솔직히 지난 5년 동안 이런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거의 소외되다시피 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상당 기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경제·안보 문제가 불거지고 세계 각국은 자국의 주요 산업에 투자하도록 강한 유인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족쇄처럼 옭아맨 규제로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외 직접 투자가 100조 원, 외국인 국내 직접 투자는 23조 원으로 77조 원의 국제 직접 투자 적자가 발생했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투자하기에 나쁜 여건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기업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198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이뤘다. 외환 위기는 그 정점에 이르러 받은 일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총수들의 신속한 결단과 의사 결정으로 자원을 집중 투자해 빠른 추격자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요소 투입형 발전은 한계에 이르렀다. 빠른 추격자 패러다임을 벗어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실패를 딛고 혁신을 일궈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처럼 기업가 정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산업 혁신을 위해 정부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동안 특별한 산업 전략을 펼치지 않았던 미국도 대놓고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도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해 기업·전문가들과 협의하며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위험한 사업은 국책 사업에 포함시켜 일정 부분 지원으로 민간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과 민간 기업들도 뛰어들어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환경문제 개선, 스마트팩토리 육성 등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역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으로 사실상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민간 주도 혁신 성장, 지방 시대 등을 얘기하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

-고착화하는 저성장 문제를 돌파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올 5월 중소기업인 대회 축사에서 “지금 세계는 생태계 대 생태계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은 스스로 성장하기 좋고 비즈니스 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기업이 모여드는 생태계를 갖춘 나라나 지역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쇠락한다. 지금은 부분적 접근이 아니라 세계화·지역화를 동시에 겨냥하는 글로컬(global+local) 신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퀀텀점프를 하는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컬 신산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게임 체인저’라는 제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다. 현대차로부터 가장 혁신이 잘 일어나는 곳으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를 소개받았다. 현대차는 120여 개 도시를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이곳으로 정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스마트모빌리티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고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규제를 파격적으로 다 혁파해줬다. 세계 상위권인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있어서 인재 조달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주요 R&D 센터 또한 여기에 집적돼 있었다. 영국 남요크셔주 도시 셰필드가 바이오 성지로 뜬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영국 셰필드는 어떻게 바이오의 메카로 부상했나.

△임상 실험에서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셰필드는 안전은 보장하되 자유롭게 임상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신사업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준 것이다. 국제적 수준의 시험 인증 평가 기관을 둬 검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셰필드 시립병원이 초도 구매로 납품 실적까지 갖추게 도왔다. 지역이나 국가가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다 금융 기능이 들어가고 대학 개혁이 이뤄지고 정주 여건을 갖춰야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다. 정주 여건이 좋아야 결혼도 할 수 있고 아이를 낳고 잘 기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산업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지방시대위원회·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부 등에도 관련 예산이 있다. 정부 부처들은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분권화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 고유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업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6년쯤부터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신산업을 개발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성장률과 고용 창출력이 높은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세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규제라는 족쇄가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관이 잘 협력해야 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인가.

△기업이 신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 낙후 지역을 개발하면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장사가 잘되게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강성 노조들이 연례 행사처럼 파업에 나서고 있다.

△요즘 파업은 국민들의 호응을 별로 얻지 못할 것이다.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호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장기근속할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문제다. 자영업자, 영세 상인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근속 연수 등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연공급 체제를 직무급 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공공 부문부터 과감하게 직무급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동일 직무에 동일 보수를 지급하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고용 형태를 받아들이되 직무급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혁해야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사이더-아웃사이더 문제다. 노동자는 대기업에 들어가기 힘들고 대기업은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게 어렵다. 인력의 흐름이 현금처럼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풀려야 인력이 중소기업에도 가고 대기업에도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

◆He is…

196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 동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한국생산성학회장·한국인사조직학회장 등을 지냈다.현재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지방시대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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