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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저출산 정책, 아기를 중심에 둬라

이강국 전 시안 총영사

韓 출산율 0.78명 'OECD 꼴찌'

비혼 가정, 사회제도 틀 내로 포용

임신·출산·양육까지 전방위 지원

국내 입양절차 단순화도 이뤄져야

이강국 전 시안 총영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OECD 평균(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앞으로 몇 년 남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후에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 중심에서 ‘아기’ 중심으로 바꾸는 특단의 개혁을 할 것을 주장한다. 그래야만 저출산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일 것이다.

아이 중심 정책은 비혼 가정을 사회제도 틀 내로 포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에는 결혼을 할 여건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극한적인 비혼 임신과 출산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비혼 가정에 대한 법적 보장이 저출산 문제의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저출산 국가의 대명사로 인구위기를 심각하게 겪었던 프랑스는 1999년 비혼 형태의 생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팍스(PACS)’ 제도를 도입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1.83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2.95%로 OECD 평균(42%)에 비해 크게 낮다. 궁극적으로는 민법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비혼 가정과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대부분의 저출산 대책은 혼인 가정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 민법의 가족 개념이 그대로 적용돼 건강가정기본법 등 각종 법과 제도에서는 혼인 또는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 현상이 심각하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출산휴가 대상으로 ‘근로자의 배우자’를 적시해 비혼 동거자의 출산으로는 출산휴가를 쓸 수 없다. 비혼 근로자는 사고나 질병 등 사유가 있어도 민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 육아휴직, 직장 보육 지원, 자녀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임신한 학생들이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아이를 무사히 낳아 기르고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업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학교 근처에 있는 탁아소에 맡겨 놓고 수업을 마치면 아기를 데리고 귀가한다. 이성 교제, 출산 등을 이유로 자퇴 권고, 전학, 퇴학시키는 학칙은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태아의 생명과 인권도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그로 인해 낙태죄가 사실상 사문화되면서 태아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초저출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헌재가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의 오류는 없는지 살펴보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통계청 사회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은 2012년 22.4%에서 2022년 34.7%까지 증가했다. 특히 20대 39%, 30대는 39.9%로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인식이 40%에 육박했다. 현재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나 제도는 없으나 보조생식술을 실제 수행하는 의료계에서 비윤리적이라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이 그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지침이 비혼 여성의 출산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학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한국은 초저출산으로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해외 입양 송출은 세계 3위로 아직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입양아들은 대부분 미혼모의 자녀다. 무분별한 해외 입양을 줄이고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양육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미혼모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려는 여성이나 가정이 입양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국내 입양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아기는 개인이나 가족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함께 키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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