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 정전협정기념일 행사에 중국 대표단 초청을 공식화했다.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굳게 봉쇄해왔던 국경을 서서히 개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측은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李鴻忠)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오는 26일 방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국 인사가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교역은 일부 진행했지만 인적 교류만큼은 철저하게 제한해 왔다.
북한에 외부 인사가 들어간 건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지난 3월 말 부임한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북한은 국제행사에도 평양에서 인사를 파견하는 대신 해외에 주재하는 이들을 대신 파견시켜왔다.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가 참석한 것이 한 예다.
그러던 북한이 중국 대표단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약 3년 6개월여간의 고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해외에 있는 북한인도 계속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북한의) 봉쇄 조치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며 “(이번 초청을 계기로) 고려항공 운행과 북중 기차편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승절’을 무대로 당시 함께 싸운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대외활동의 재개를 알린 점도 주목된다.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중국과의 친선이 외교의 주축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무기가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심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중국의 용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에서 중국 대표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ICBM을 공개함으로써 중국의 북한 핵개발 용인이라는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행사가 청사에 특기할 대정치 축전으로 성대히 진행되게 된다”며 이번 전승절 행사가 대규모로 진행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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