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8배 커진 일본 M&A 시장 …기회 엿보는 韓 사모펀드[시그널INSIDE]

한국보다 규모 작지만 성장세는 빨라

중소기업 매각 위해 정부도 뒷받침

사모펀드 인식 개선되며 기관투자가 늘어

MBK·오케스트라 등 한국 운용사

골프 산업 투자해 큰 매각 차익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전경./도쿄=이충희기자




기업을 사고 파는데 특화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 3월 말 기준 국내 PEF 시장 전체 규모는 약 130조 원.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같은 대형 운용사가 기관투자자로부터 받은 전체 펀드 약정액은 1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과 사모펀드업이 발달한 나라로 꼽힙니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은 상황이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입니다.

일본사모펀드협회(JPEA)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M&A 시장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차지하는 비율은 2.3%로 한국(3.9%)을 비롯해 미국(8.5%), 영국(8.7%)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사모펀드가 실제 투자 집행을 완료한 단순 수치만 집계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중국과 인도이며 호주와 한국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일본은 그 다음입니다.

주요 국가의 GDP 대비 M&A 시장 비율(왼쪽)과 아시아 국가의 연간 사모펀드 거래 규모./JPEA 제공.


다만 현지에서 살펴본 사모펀드업의 발전 속도는 상당히 빨랐습니다. 일본도 과거에는 사모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인식했지만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의 경영권 매각을 고민해주고 정책적 뒷받침을 한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했는데요. 해외 진출을 원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경영인들이 많아지면서 글로벌 사모펀드에 지분을 팔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회사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일본 사모펀드 거래액 30조원 육박


JPE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에서 거래가 완료된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 규모는 약 2조8000억 엔(25조 7800억 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2000억 엔(29조 46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연간 규모가 4000억 엔에 불과했던 2018년과 비교하면 3~4년 만에 7~8배 가량 커진 것입니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단일 투자 규모가 500억 엔 이상이었던 거래의 합계는 2015~2018년 연평균 1조600억 엔에서 2019~2022년 1조4100억 엔으로 4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투자 영역도 의료 기기 및 헬스케어, 중공업, 리테일,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 등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일본 사모펀드 시장 성장 추이./JPEA 제공


JPEA 측은 "일본의 사모펀드 시장은 일본 기업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개선 기회 측면)과 낮은 기업 가치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JPEA는 칼라일, KKR, 브룩필드, 베인캐피탈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을 비롯해 한국계로 분류할 수 있는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도 회원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밖에 JPEA 회원사는 아니지만 현지에서 활약하는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 수도 꽤 많아졌다고 합니다.

히로 와카시타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 파트너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사모펀드 운용사는 최근 100여개로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MBK, 일본 골프장 기업 인수해 4년만에 5배 매각


한국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일본 내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실제 투자로 연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투자 활동을 하는 국내 운용사는 MBK파트너스입니다. 동북아 최대 운용사이기도 한 MBK는 도쿄 상주 인력만 20명 이상을 두고 지금까지 다양한 일본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죠. 2021년 인수한 일본의 노인 돌봄 서비스 업체 ‘츠쿠이홀딩스’와 올 해 투자한 노인 의료 서비스 기업 ‘유니매트’가 대표적입니다. 2017년부터 약 8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는 2021년 약 4조 원에 매각하며 큰 수익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골프장이나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한 MBK는 한국에서도 골프존카운티와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등 유사업종에 투자했습니다.

오케스트라PE도 서울과 도쿄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활발히 투자를 하는 운용사입니다. 도쿄에 본사를 둔 마제스티 골프를 2017년 인수해 2022년 매각하며 연평균 40%가 넘는 펀드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계 중견 PE의 일본 시장 투자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힐 만 합니다.

이처럼 한국계를 비롯해 다양한 사모펀드들이 현지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은 일본 내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꽤 많다는데 배경이 있습니다. 히로 와카시타 파트너는 "일본 전국에 중소기업이 300만 개 정도 되는데 이 회사의 오너들은 적당한 후계자가 없어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日 경제산업성, 중소기업 M&A 활성화 정책


일본에서는 PWC나 KPMG 같은 글로벌 회계 자문사가 다양한 M&A 거래를 주선하고 연결하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또 현지 자문사 중에서는 '일본M&A센터'나 'M&A캐피탈파트너스'가 가장 큰 회사입니다. 히로 와카시타 파트너는 "일본 정부 차원의 정책 때문에 M&A 거래를 연결해주는 자문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2020년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에게 M&A 거래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중소기업 M&A 핸드북'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 핸드북에는 후계자 선정에 애를 먹는 중소기업 오너들에게 기업을 적절히 매각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M&A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일본 국세청은 과세표준 6억 엔 초과분의 경우 상속세율을 55%로 책정해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 50% 상속세율을 매기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업을 이어 받고 싶어했던 2세, 3세 자녀들까지 높은 상속세율 탓에 승계를 고민 하게 되고 그러면서 경영권을 팔거나 증시에 상장해 일부 지분을 파는 기업가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JPEA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에는 가족이나 창업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CEO가 60세 이상인 기업이 300개 이상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기금·지방은행도 사모펀드 투자 시동


일본의 정치 중심지이자 주요 금융회사, 대기업 등이 몰려 있는 도쿄 치요다구 일대./도쿄=이충희기자


일본 기준금리가 여전히 -0.10%라는 점은 현지에서 대출 등을 일으켜 기업을 인수하는데 원활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현지 펀드들의 경우 M&A 거래에 활용하는 인수금융 대출 금리는 2~3% 수준입니다.

M&A 시장이 활성화 되고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가면서 이 시장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기관들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일본의 공적 연금을 비롯해 생명보험사들이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주요 기관투자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도쿄대 등 주요 대학 기금들과 지방은행들도 사모펀드 출자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 M&A 시장이 커지고 투자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이 이곳에서 쉽게 M&A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일본 내에서 해외 투자자나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강한 것이 이유입니다. 대형 M&A 거래를 빼면 중소기업 M&A 거래에선 여전히 현지 PE들의 경쟁력이 훨씬 높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도쿄=이충희기자 mids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