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농산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들썩이는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간다고 여겨지던 인플레이션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지역 쌀 가격의 벤치마크인 태국산 백미 ‘5% 도정 쌀알’ 가격이 톤당 648달러(약 85만 4000원)으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1년 사이 50%나 오른 가격이다. 세계 쌀 수출 2위인 태국에서 엘니뇨로 강수량이 예년 대비 40%나 급감한 여파로 물이 많이 필요한 쌀농사 면적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대 쌀 재배 국가인 인도가 식량안보 목적에서 수출을 제한하는 바람에 글로벌 차원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통신은 “쌀이 주식인 아시아·아프리카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흑해 지역의 곡물 공급량 감소와 맞물려 글로벌 식량 불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렌지 가격도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 ICE거래소에서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파운드당 1.81달러에서 9일에는 3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내 오렌지 주산지인 플로리다주가 지난해 허리케인과 한파로 피해를 당하면서 오렌지 작황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산유국의 감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유로 오르고 있다.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1.78% 상승한 배럴당 84.40달러에 장을 마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10일에는 그간의 상승세가 부담이 된 듯 0.4% 안팎으로 하락했다. 브로커XM의 차랄람포스 피소로스 선임투자분석가는 “최근의 유가 회복은 감산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한다는 산유국의 조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휴슨 CMC마케츠 수석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인프라 시설을 목표로 삼아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일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6.55% 급등해 100만 BTU당 2.959달러에 마감했다. 유럽 네덜란드선물거래소(TTF)에서도 ㎿h당 약 40유로로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 문제로 파업을 벌일 것이라는 소식의 영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LNG에 의존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시장이 여전히 공급 취약성에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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