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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늘어나는 가계부채…빚 억제 못 하는 기준금리가 문제일까? [조지원의 BOK리포트]

집값·물가 잡겠다 금리 3%P 올렸는데

2년 만에 가계부채 또 늘고 집값 상승

금융안정 고려 중립금리 더 높을 수도

다만 현재는 금리보단 기대 심리 문제

“집값 오른다”·“금리 내린다”도 잡아야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2021년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까지 낮췄는데 이를 이용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물가 안정보단 금융 안정이 우선 과제였다.

이후 한은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2년 만에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4월 2조 3000억 원, 5월 4조 2000억 원, 6월 5조 8000억 원, 7월 6조 원 등으로 점차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6조 원 늘어난 것은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직후인 2021년 9월(6조 4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기준금리가 0.5%에서 3.5%로 300bp(1bp는 0.01%포인트)나 올랐음에도 빚을 내 집을 사는 행태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수준 자체가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는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내릴 일만 남았다는 인식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다.

주요 연구들의 국내 중립금리 추정 결과. 사진제공=한국은행 블로그 '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



중립금리 2~3%로 추정…한은 “현 기준금리 긴축적”


현재 기준금리가 긴축적인지 완화적인지 살펴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립금리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균형금리, 자연이자율이라고도 한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금리다. 문제는 중립금리는 관측할 수 없는 이론적인 금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나 계량모형, 변수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연구에서 추정된 중립금리는 낮게는 1.7%에서 높게는 4% 수준까지 다양하다. 한은은 중립금리가 대체로 2~3% 수준인 만큼 현 기준금리 3.50%는 중립금리를 넘어서는 긴축적인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올린 이후 반년째 동결 중이지만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떨어지고 2분기 경제성장률에서 민간소비·투자 등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을 비춰보면 현재 금리 수준이 물가·성장에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보인다.

금융상황지수(FCI)1) 및 구성요소 기여도. 높을수록 금융여건이 실물경제에 비해 완화적, 낮을수록 긴축적이라는 의미. 사진제공=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금융상황지수도 지난해부터 긴축적 영역 진입


긴축 수준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로는 한은 통화정책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금융상황지수(FCI)가 있다. FCI는 금융 여건의 완화 또는 긴축 여부를 판단하는 지수로 금융 상황을 판단할 때 중시하는 금리, 환율, 주가 등 6개 금융변수를 가중 합산한 뒤 표준화해 산출한다. FCI가 중립 수준(0)을 벗어나 1 또는 -1을 넘어서면 전반적인 금융 상황이 지나치게 완화적(+) 또는 긴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을 때 FCI는 -1.55까지 낮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2.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 때도 -1.5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금융 여건이 실물 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긴축적인 상황이었다. 최근 FCI는 지난해 말 수준에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1과 -1.5 사이로 추정된다. 이를 근거로 한은에서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달 초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금리 낮아 돈을 빌릴지 말지 고민 없나 의문


그러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반등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자 현 기준금리가 긴축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성장만 고려한 중립금리(2~3%)보단 현 기준금리(3.5%)가 높더라도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3.5% 이상)보단 낮다는 주장이다. 이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서 “돈을 빌릴 때 빌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기준금리가 낮아 사람들이 집을 사고 빚을 내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안정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아이디어다. 지난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거시 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자연이자율을 R*(R-star) 말고도 금융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R**(R-double-star)가 별도로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R**에 해당하는 개념을, 금리 결정할 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 아파트. 연합뉴스



금리 내리면 가계부채 문제, 더 올리면 부동산 PF 위기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면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가 성장률을 저해한다면 중립금리에 금융안정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0%로 조사 대상국인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초 한은 분석에서도 가계신용 증가는 중기적으로 성장률 둔화와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가 80%를 넘었을 때 더 크게 발생해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다만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가계부채를 더 늘어나지 않도록 막는다는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보다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3.75%를 넘어 4.0%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면 가계부채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새마을금고 뱅크런과 같은 유사 사례가 다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오히려 금융 위기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하면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더 높아져선 안 된다. 양쪽을 모두 살펴보면 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립금리 추정 불확실성 높아…“금리 내린다” 기대가 대출에 더 영향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중립금리는 이론일 뿐이라 정확히 알 수 없고 추정으로 어림짐작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선 누구도 기준금리가 금융안정을 고려한 기준금리보다 낮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한 경제학자는 “성장과 물가만 반영한 중립금리도 이론적 금리인데 여기에 금융까지 고려한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금리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상황에선 중립금리나 현 기준금리보다는 향후 금리 전망이 달라진 것이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가 4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물가나 미국 상황을 봤을 땐 금리를 내릴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고금리에도 대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올해 2월 42.9%에서 6월 47.9%로 점차 확대됐다.

올해 1월 서울시내 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금리 낮아서 대출 받는 거 아냐…불안 심리가 큰 요인”


무엇보다 집값 상승 기대가 확산하면서 금리 수준보다는 향후 집값 상승으로 인한 기대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것도 큰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주담대 금리가 오르지 않은 것도 작용했다.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0.50%에서 2023년 8월 3.50%로 3.0%포인트 오르는 동안 가계의 평균 주담대 금리는 2021년 8월 2.88%에서 2023년 6월 4.26%로 1.38%포인트 올라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수준에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 것이 요인”이라며 “집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방향으로 기대가 쏠리면서 금리가 높아도 대출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위원은 “금리를 올리면 당연히 가계부채 문제를 잡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은 금리가 낮아서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부동산이 또 오를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크기 때문에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석 교수는 “현 기준금리에서 물가가 내리는데 집값만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큰 것은 우리나라 주택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은 땅이 넓고 택지 개발에 대한 제한이 없어 집값이 오르면 업자들이 신축 주택을 공급해 집값 상승 폭이 꺾이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도 심하고 땅도 없으니깐 지금 집을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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