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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해킹 막을 3자 실무그룹 설치…한반도 넘어 연합훈련 정례화 [한미일 정상회의]

■ 안보협의 초점 印·太로 확장

3자 협력 문구 발췌해 별도 채택

사실상 동맹 버금가는 결속 효과

NSC·국방·외교장관 회담 연례화

中겨냥 '현상 변경 반대' 명시 눈길

정상들 "납북자 등 해결 필요" 공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한미일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환영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이 직접적인 ‘다자 동맹’을 협정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캠프데이비드 원칙’ ‘캠프데이비드 정신’과 별도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과 같은 정치적 문건을 채택한 것은 외교적 부담을 피하면서도 3각 동맹에 버금가는 결속 효과를 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할 수 있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 대해서는 한미일정상회의 개최 전날까지도 채택 여부를 알 수 없었을 정도로 은밀하게 물밑에서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3자 협의 공약 문건은 3국 정상이 유사시 상호 협력해야 하는 안보 문제의 지리적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위기 상황의 지리적 범위를 향후 3국이 어떻게 해석하고 조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보 이슈에 긴밀한 공조를 펼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한미일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방어훈련을 연례화(해양차단훈련 재개, 해상미사일방어·대잠전훈련 정례화 등)하고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는 등 대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과 관련해 “역내 3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위협과 도전에 대해 각국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의 ‘공동 언론 발표문’ 성격인 ‘캠프데이비드 정신’ 문서에 이미 명시돼 있는 내용을 별도로 발췌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 조문이 가지는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내 발생하는 도발이 각국의 이익에 직결된다고 판단될 경우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메시지도 조율한다는 내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세 번째 별도 문건을 채택하면서 ‘조약’이 아닌 ‘공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국제법적 굴레나 국내 정치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약의 경우 자칫 한미일이 집단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각국이 의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건의 영문 제목이 의무(duty)가 아니라 약속(commitment)”이라고 강조하며 “이 문건은 기존의 한미·미일 동맹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법적으로 새로운 의무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 역시 외신기자들을 만나 “3국 정상 간 회의에서 3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의할 의무에 대해 서약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은 공식적인 동맹 약속이나 집단 방위조약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생기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서로 협의하겠다는 3국 사이의 약속”이라며 “(이를 통해) 3국 안보와 공조가 근본적으로 격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경이 17일(현지 시간) 한미일정상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 지역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세 정상은 3국 안보 공조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도 합의했다. 각국 외교안보 최고 관계 장관인 국방·외교장관을 비롯해 국가안전보좌관들도 매년 1회 회의를 갖는다. 세 나라가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지원하는 한편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국제법에 근거해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세 나라가 국제 안보 문제에서 공동 대응하기 위한 원칙도 마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 정상이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행위와 관련해 세 나라가 그동안 표명해온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한다”고 천명해 눈길을 끈다. 미중 패권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 속에서 한미일이 구체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어서다. 중국의 ‘역린’인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교가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중국의 대만 압박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아 세 나라가 함께 채택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대상에 중국의 패권 확장이 사실상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한미일은 대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에 진행해오던 한미일 연합방위훈련을 연례화한다.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활용해 핵·미사일 자금을 마련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이버 공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설치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일은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 원칙과 납치자, 억류자, 국군 포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대한 인식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이 한반도 통일 방향과 국군 포로 문제에 대해 함께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군 이병이 월북한 사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역시 1970년대 요코타 메구미 씨가 북한으로 납치되는 등 납북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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