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8월 1일까지 유의미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농산물 분야가 고통스럽지 않은 통상 협상은 없다”며 쌀·소고기·사과 등과 같은 농축산물 영역에서 일정 부분 미국 측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시사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법적 구속력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남은 20일 남짓한 기간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추려 미국과 막판 힘겨루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미다. 여 본부장은 “미국에 가서 협상하려면 대내적으로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와 협의 하고 협상안을 만들어 맨데이트(전권 위임)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을 충실히 만들어 랜딩 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다시 한번 미국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협상의 틀을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 협력’으로 전환하면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제시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제조업 회복을 달성하면 양국이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는 8월 1일이라는 기한에 쫓겨 미국에 과도하게 양보하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협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상호·품목관세는 매우 불공정한 대우이며 향후 한미 협력의 가능성을 저해하므로 철폐 내지는 대폭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협정문을 만들기에 20일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국처럼 원칙적인 합의를 한 뒤 이후 계속 세부 내용을 협상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관세 협상을 위해 농축산물 수입 시장을 일정 부분 개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 본부장은 “지켜야 할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영역은 전체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농산물 부문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미 관세 협상에서 유력한 카드로 꼽히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이나 ‘사과 등 농산물 검역 완화’ 등을 패키지 딜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또 다른 유력한 카드로 꼽히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는 당장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들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미국 측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한미 협력 확대와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당장 8월 1일을 기한으로 하는 협상에서 논의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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