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부와 공식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인하우스 업계가 올 상반기 일제히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반기에도 중국 경기 침체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디테크놀로지(200710)·코아시아(045970)·알파홀딩스(117670)·가온칩스(399720) 등 삼성전자 공식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 4개 사는 올 상반기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상반기 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117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코아시아(51억 원 적자→143억 원 적자)와 알파홀딩스(13억 원 적자→33억 원 적자)는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가온칩스(12억 원 흑자→8억 원 흑자)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국내 DSP인 세미파이브는 반기 실적 공시를 하지 않는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설계를 생산 공정에 맞게 적용시키는 디자인하우스,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생산된 반도체의 테스트·포장을 담당하는 OSAT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디자인하우스는 설계와 생산의 가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팹리스 기업에 칩 설계 용역까지 제공해 생태계 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9년 경쟁력있는 DSP를 협력 업체로 선정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 반등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가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용 PC 수요는 13.1%, 비즈니즈 PC 수요는 7.2%, 스마트폰 수요는 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반도체 기업 대표는 “주요 소비 시장이 흔들리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줄고 팹리스 발주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올 하반기에는 상황이 지금보다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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