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첫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을 책임진 고위 임원이 자사 EUV 기술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TSMC 등 2019년부터 EUV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회사보다 도입이 4년이나 늦었지만 양산에 빠르게 적용해 라이벌의 위상을 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달 2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고 있는 인텔테크투어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한 빌 그림 인텔 로직 기술개발 디렉터(부사장)는 “인텔이 처음으로 EUV를 적용한 ‘인텔 4(7나노급)’는 매우 견고한 공정”이라며 ‘세미 위키’의 자사 칩 성능 분석 데이터를 공유했다.
그가 건넨 세미 위키 분석 자료에는 인텔·TSMC 등 외부 공개 내용을 토대로 각 회사의 EUV 공정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료에는 각종 비교 수치와 함께 “인텔 4로 만든 칩은 TSMC의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칩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지고 있고 삼성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보다 연산 장치 집적도가 높다”고 적혀 있다. 빌 부사장은 구체적인 경쟁사의 상황과 인텔의 경쟁력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사실상 인텔 4가 삼성과 TSMC가 보유한 3나노 이하 최첨단 플래그십 공정에 견줄 만한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텔 4 공정에 대해 “인텔 7(10나노급 공정)에 비해 인텔 4는 핵심 소재를 훨씬 더 적게 쓰고 공정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용 효율적”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인텔 7 공정으로 만든 칩과 비교하면 전력 효율을 상당히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EUV 노광 기술을 도입해서 만든 14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메테오레이크를 하반기 본격 출시한다. 이 CPU를 시작으로 인텔3 등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EUV 기술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자체 칩은 물론 2021년 사업 확장을 재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도 적용한다.
EUV 노광 기술은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찍어내는 첨단 반도체 제조 핵심 기술이다. 범용으로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 짧아 더욱 정교하고 반듯한 회로를 찍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텔은 삼성전자·TSMC에 비해 4년 정도 늦게 EUV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그간 쌓아온 풍부한 칩 생산 노하우와 실험 사례로 라이벌 회사들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과 인공지능(AI), 차량용 반도체 수요 폭증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텔의 초미세 공정 도입과 파운드리 시장 진입으로 삼성전자·TSMC·인텔 간 삼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빌 부사장은 “현재 인텔 4를 활용한 칩 제조 수율은 양호한 수준”이라며 “회사는 향후 시장에 충분한 EUV 생산 역량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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