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가 유독 한국에서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기준과 다른 차별화된 매장을 내고, 현지화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인 덕이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K프리미엄'을 업고 아시아 지역으로 발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써브웨이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1991년 국내에 진출한 써브웨이의 매장 수는 2017년 304개에서 2020년 400개를 넘어섰고 지난 달 550개까지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써브웨이 본사가 아태 지역에서 2017년 대비 17%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샌드위치 전문점인 써브웨이는 지난해 매출이 13조 원으로 2012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 줄어든 매출에 활로를 찾다 결국 2020년 미국 외식기업인 인스파이어브랜즈에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매출이 펜데믹에도 불구 58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 성장했다. 올해는 6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장 수는 이달 기준 1742개로, 이는 전 세계에서 인구 수 대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배스킨라빈스 매장 수는 2253개다. 국내 외식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미국 버거 전문점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캐나다 커피전문점 '팀홀튼' 등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행도 잇따르고 있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한국 시장 분위기에 맞춰 변화를 시도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음식을 맛이 아닌 경험으로 소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 주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콘셉트 스토어를 확대하고 있다. 매장을 한옥으로 조성한 삼청마당점, 100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갖춘 강남대로점이 대표적이다. 배스킨라빈스가 주유소 한 편에 위치한 낡은 브랜드로 인식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방한 외국인들은 배스킨라빈스를 관광지로도 찾을 정도다. 앞서 한국 배스킨라빈스는 국내에서 개발한 주문 매대 위쪽에 메뉴와 가격이 표기된 LCD 메뉴보드를 해외 지점에 수출하기도 했다.
써브웨이는 국내 10대 소비자를 겨냥해 한국 시장에서 간접광고(PPL)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써브웨이의 이 같은 전략을 조명하며 "K드라마의 수출 확대와 맞물려 중국과 대만, 동남아 등에서의 매출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맞춤형 전략을 역수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은 국내 파트너인 SPC그룹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사업 운영권을 넘겼다.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이 한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등 안정된 운영능력을 보여준 효과다. 스타벅스는 2014년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사이렌 오더를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와 영국 등에 도입했다. 버거킹은 지난해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콰트로치즈와퍼'를 해외 7개 국에서 출시해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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