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지난해 판매했던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 발행액은 3조 77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에 7조 4600억 원어치가 순 발행된 후 최대치다. 은행채는 올 들어 5월(9595억 원)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 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대출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 신용 잔액은 올 6월 말 1862조 8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9조 5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요가 몰렸던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며 은행 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시중은행들은 연 5% 예금금리 상품을 내놓는 등 치열한 수신금리 경쟁을 벌였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을부터 연말까지 은행권 전반에서 고금리 예금 만기에 대한 재수신을 위해 조달금리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일부 은행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채 발행 급증세가 계속되면 다른 채권 수요를 흡수하는 ‘자금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이 늘면서 회사채를 비롯한 다른 채권들이 발행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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