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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달러 우크라 재건시장 유리고지 선점…민간기업 수주 청신호

양국 석달간 10여차례 화상회의

6개 재건사업 구체적 명시 이끌어

장비공급 등 업무협약 4건도 체결

정부, EDCF 활용해 기업참여 지원

'韓강점' 건설·철도·원전 수주 기대

원희룡(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원 장관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재건협력단은 현지에서 공항·댐 재건 등 6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제공=국토부




민관 합동 재건협력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현지 재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크라이나 상공회의소가 직접 자국을 ‘세계 최대의 건설 현장’이라고 발표했듯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이번 협력단의 성과는 경쟁국 대비 한발 앞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이 한 팀이 돼서 우크라이나 현지를 방문하는 사례가 일본 등을 제외하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 특히 이번처럼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가 나온 경우는 별로 없어 협력단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포럼’에서 공개된 6대 선도 프로젝트는 국내 공기업이 우선 참여하는 사업으로 양국 정부가 석 달간 10여 차례의 화상회의를 거쳐 발굴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5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향후 추진을 원하는 재건 사업 5000여 개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우리 정부와 공유했고 이 중 우리 정부가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선도 사업 6개를 가려냈다.

우선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수도 키이우 지역에 대한 ‘스마트교통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교통 시설을 스마트·저탄소 기반의 모빌리티 인프라로 복구하기 위한 광역교통망 및 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KIND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우크라이나 중부 우만시에 대해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도 수립할 예정이다. 우만시를 스마트도시로 재건하기 위해 모빌리티, 재난·재해 대응, 친환경 에너지 등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우크라이나 최대 국제공항인 ‘보리스필공항 현대화’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키이우 인근 부차시에 대한 ‘하수처리 시설 재건’을 지원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 6월 파괴된 헤르손주 ‘카호우카댐 복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카호우카댐 붕괴로 하류 대규모 침수, 물 공급 차질, 수력발전 중단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댐 및 발전소 재건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 등은 키이우~폴란드 국경 등 주요 철도 노선의 고속화 및 개선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사업 추진의 첫 단계인 계획 수립에 빠르게 착수해 내년 중 순차적으로 타당성조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키이우시에 대한 스마트교통 마스터플랜은 당장 올해부터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단은 민간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재건 협력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 계획과 핵심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직접 공개했고 우리 기업은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댐, 플랜트, 모듈러 주택, 건설기계 등 협력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협력단은 재건 협력 강화를 위해 현지에서 4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IND가 우크라이나 재건청과 현지 국영저축은행인 오스차드뱅크와 MOU를 맺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우크라이나 건설협회, 미콜라이우주와 각각 MOU를 맺어 건설 장비 공급 및 교육 관련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에 관한 공여협정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정부는 EDCF를 활용한 재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우리 기업의 참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의 핵심 국가인 폴란드 바르샤바에 KIND가 운영하는 ‘재건협력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우리 기업을 위해 현지 정보 수집과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민간기업들의 수주 활동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진출을 대비해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에서 두각을 보이는 현대건설은 올 4월 홀텍과 ‘팀 홀텍’을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Energoatom)과 현지에 SMR을 건설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현지 철도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곡물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후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 경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해외시장 확대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민간 건설사 등이 우크라이나 등 해외 진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때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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