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잠실역 4번 출구와 연결된 ‘트레비 분수’ 일대가 부산스러워졌다. 유동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길목인 데다 수십 명의 패션업 종사자들이 모여 ‘서울 라이프, 서울 스타일’ 팝업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서다.
이날부터 22일까지 열리는 행사에 입점한 업체는 모두 서울에 위치한 업력 7년 미만의 패션 브랜드다. 주최 측인 롯데백화점과 서울시가 이 장소를 고른 것도 외형이 작은 이들 10개사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로 온라인 판매를 먼저 시작하는 신진 브랜드 입장에서는 오프라인에서 고객 접점을 늘릴 기회가 절실하다. 실제 골프웨어 브랜드 ‘포셔드’는 무신사와 LF몰·SSF샵 등 플랫폼에 입점해 있지만 아직 오프라인에는 고정된 판매처가 없다. 팝업도 올 4월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하다. 권아미 롯데백화점 캐주얼2팀 치프바이어는 “이들 브랜드에는 고객 접점을 만드는 길이 열리는 셈”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게도 신진 브랜드는 새로운 콘텐츠라는 의미가 있다. 입점 업체들은 서로의 콘셉트가 겹치는 일이 없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2030세대와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식음료 매장 등의 지적재산권(IP)을 1대1로 연결하는 작업도 거쳤다. 이번에 공개된 여성복 브랜드 ‘키셰리헤’ 상품의 로고에는 디저트 카페 ‘서울앵무새’의 상징을 그려 넣었다. 김민경 키셰리헤 대표는 “서울앵무새에서 영감을 받아 대중적이고 선명한 색감의 디자인을 처음 시도했다”고 전했다.
소규모 브랜드의 판로를 지원한다는 게 행사의 주된 목적이지만 이들 중 하나가 ‘대박’을 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게다가 신진 브랜드에 매년 가을은 대목으로 꼽힌다. 주최 측이 당초 11월 이후로 계획됐던 행사를 앞당겨 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준비를 마친 이유도 이것이다. 강민규 롯데백화점 캐주얼2팀장은 “소규모 브랜드는 부자재 사전 준비가 더 필요한 아우터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며 “대신 가을철의 중요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롯데백화점 잠실점 2층에는 또 다른 13개 패션 업체의 팝업이 열렸다. 이 중 5개가 비건·업사이클링 브랜드지만 이를 알리는 문구는 강조되지 않았다. 이 역시 친환경 패션을 보다 당연하게 인식하는 2030세대를 노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잘 알려진 2층 팝업의 브랜드들은 이 행사를 통해 추가 협업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그런 의미에선 매장을 찾은 사람이 꼭 소비자일 필요조차 없다. 팝업에서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한 캔버스 가방을 내놓은 ‘얼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황진태 얼킨 이사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보니 이런 행사를 통해 유통 채널이나 아트·호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로 삼고 있다”며 “그렇게 접점을 늘려 추가 영업을 진행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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