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정관계에 대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당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대변화를 예고했다. 정책위의장·지명직 최고위원 등 주요 임명직 지도부에는 ‘비윤계·수도권’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됐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요직인 사무총장에 대구·경북(TK) 출신 이만희 의원을 임명하면서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16일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사무총장에 이 의원, 정책위의장에 수도권 3선인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예지(비례대표) 의원 등을 임명하는 인선을 발표했다. 이들은 ‘친윤(친윤석열)계’에 속하지 않은 인사들로, 최근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기존 임명직 지도부 인사들이 TK·강원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신임 지도부에 대해 “수도권 중심으로 인선할 것이기 때문에, 영남권 의원들은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명직 지도부 인선과 함께 “절박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당정관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한 공천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인 중 하나로 언급된 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치중’과 각종 인사 논란이 중도층을 떠나가게 하는데도 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또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인 모습으로 전환하고 당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들러리 서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비주류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 혁신 방안으로는 △국정운영 비전과 목표를 서민친화형으로 강화 △민심부합형 인물을 내세우고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 원칙 적용 △도덕성 및 책임성 강화의 3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당의 전략과 메시지, 정책,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 권한을 가진 혁신 기구와 총선 준비 기구를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내 친윤계 쪽으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무총장 인선에는 신임 임명직 지도부 인사 중 TK 출신이 전무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당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모두 경상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에 대해 당내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 최고위원이 이 사무총장 임명을 두고 “당내 의견보다는 대중적 시각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출신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사무총장에 대해 “무색무취하고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며 “결국 용산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영남권 출신 의원은 “TK 의원 중에서는 친윤 색깔이 강하지 않은 분이기에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채상병 사망 관련 발언을 하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여당의 집단 묵언수행 저주를 풀어달라”며 “선거 패배 이후 나온 메시지가 ‘당정 일체의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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