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이 이르면 다음 달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서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에 조만간 배포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도 이에 발맞춰 11월 도시계획위원회에 조정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18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 가이드라인’을 19일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반영한 것으로 지정권자가 허가 대상자, 허가 대상 용도·지목 등 구체적인 사항을 특정해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새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는 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11월 첫째 주 개최되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조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의 마감 시한이 23일이지만 가이드라인은 시행일에 맞춰 19일, 늦어도 이번 주 내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조정안에는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삼성·청담·대치·잠실동) 내 ‘상업·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 지정을 해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세분화가 가능해지면 업무·상업시설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안이 도계위에서 가결되면 연내 일대 지역에 대한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가 구청장 허가 없이 가능해진다. 다만 도계위에서 보완 처분을 내릴 시 해제 일정은 이보다 지연될 수 있다.
서울시가 조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현행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업무·상업시설까지 거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근린시설은 최소 1개 층을, 업무시설이나 교육연구시설이라면 전 층을 실사용해야 매입이 가능하다.
특히 국제교류복합지구의 경우 법정동 전체가 허가구역으로 묶여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국제 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 등 네 가지 핵심 산업시설과 수변 공간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 외 지역의 경우 아파트지구나 정비구역 단위로 거래허가구역이 지정돼 있지만 이들 4개 동은 전체가 2020년 6월 이후 거래가 묶여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접해 있지 않더라도 삼성·청담·대치·잠실동에 위치한 상가나 오피스(업무용 오피스텔)를 매입하려면 ‘자기 경영’ 의무를 이행해야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꼬마 빌딩’ 매입 시 최소 1개 층은 실사용해야 하며 전체 임대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거용이 아닌 상업용·업무용 부동산의 경우 실사용 의무가 없어진다. 주상복합 내 상가나 오피스텔도 주거용이 아닌 상업·업무용으로 등록돼 있을 경우 허가 없이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는 정비 사업이 이뤄지는 주요 재건축단지와 신속통합기획이 추진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 및 재개발 사업 예정지 등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서 규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는 시 면적의 9.2%에 해당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 중 주요 재건축단지로는 압구정·여의도·목동 등이 있다. 이들은 법정동 단위가 아닌 아파트지구나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강남구는 6월 서울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구에 따르면 2020년 6월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부동산 거래량은 35%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래 가격의 경우에도 허가구역 지정이 가격 안정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분석했다. 강남구 및 인접 자치구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54%, 대치·삼성·청담동 주민 중 78%가 허가구역 재지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도 같은 달 지난해 잠실동 부동산 거래량이 허가구역 지정 전인 2019년과 대비해 약 34% 수준으로 감소하고 거래 가격 또한 하락했다며 해제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거래량이 이달 들어 감소하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는 만큼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도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321건으로 9월 18일에 신고된 건수인 748건, 8월 18일에 신고된 건수인 589건보다 낮다. 올해 9월까지 서울시가 걷은 취득세는 4483억 6463만 원으로 전년 동기(4821억 4996만 원) 대비 10%가량 낮아 재정 운용에 타격이 예상되는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