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2개월 연속 상승해 4%에 바짝 다가서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은행권이 만기가 돌아오는 고금리 정기예금에 대한 상환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한편 재예치를 위해 수신 금리를 올린 탓이다. 금융 당국의 상생 금융 동참 압박에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업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3.97%로 집계됐다. 올 들어 최고치다. 신규 취급액 기준보다 변동성이 작은 잔액 기준 코픽스는 3.9%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3.29%에서 같은 기간 3.33%로 0.04%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지난해 4%대를 훌쩍 넘었던 코픽스는 올해 7월 들어 상승세가 꺾이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고금리로 예치했던 대규모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주담대 고정금리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높았던 점도 상승세에 한몫했다. 지난달 말 은행채(무보증·AAA) 5년 만기 금리는 4.810%까지 치솟으며 3.8~3.9%대였던 5월 대비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무보증·AAA) 6월물 금리도 같은 기간 4.081%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오르면서 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변동형 대출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4.58~5.98%였지만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16일 금리를 4.73~6.13%로 예고했다. 우리은행도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를 4.94~6.14%에서 5.09~6.29%로 인상했다. NH농협은행도 연 4.85~6.56%에서 4.95~6.66%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시간을 두고 코픽스 상승분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인상이 당국의 ‘상생 금융’ 기조와 엇박자를 내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비판에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이날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주담대 고정형 주력 상품 금리는 4.14~5.62%로 일주일 전(4.21~6.47%)에 비해 상하단이 각각 0.07%포인트, 0.85%포인트 내렸다. 불과 1주일 전까지 가산금리를 붙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던 것과 대비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맞춰 금리를 올렸는데 최근 대출 부담을 줄이라는 정반대의 주문에 금리를 인하했다”며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금리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