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2박 4일 일정으로 떠났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해외 기업들로부터 총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해외 순방을 할 때마다 대규모 투자 유치나 수출 사업 타결 소식을 가져오면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경제 효과가 한층 공고해졌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계기로 제너럴모터스(GM)·듀폰·IMC·에코랩이 한국에 대한 약 1조 5000억 원(11억 6000만 달러)의 투자를 확정했다. 산업부는 이번 투자 유치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한국에서) 연간 4조 5000억 원 이상의 수출 확대와 수입 대체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판 아민 GM 수석부회장은 15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국 생산을 계속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듀폰은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 증설에 2000억 원 이상(신규 고용 100명 이상) 투자한다. 지난해 신고한 투자 규모의 2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다. IMC는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사용되는 산화텅스텐 생산 시설에, 에코랩은 반도체 제조 연마제 CMP 슬러리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나노 입자 생산 시설에 투자한다.
이번 방미 일정은 외교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 8월 캠프데이비드 회동 이후 한층 돈독해진 한미일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APEC에서 3국 정상이 기념 촬영하고 환담을 한 것이 이 같은 성과를 방증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현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었고 이튿날에는 함께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한일 두 정상은 △원천·첨단산업 △인공지능(AI)·디지털 △탄소 저감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연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이 원천 첨단기술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실시할 것”이라며 “국제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한미일 3국의 정책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정상이 바로) 기시다 총리”라고 말하고 두 정상이 같은 야구 모자를 쓰며 친분을 과시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도운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모자랐고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중은 긴박한 현안이 해소된 상황”이라며 “짧았지만 시 주석과 조우해 만남을 기약했다”고 밝혔다. 향후 한중일정상회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은 이달 말 정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 및 프랑스 순방을 위해 20일 다시 출국한다. 영국에서는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할 예정이다. 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변인은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한영 어코드’ 문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미국 외 나라와 어코드 문서 체결은 드문 일로 새로운 관계 정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현지 한국문화원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서는 17일부터 ‘기억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합니다’를 주제로 한 42초 분량의 광고 영상도 상영하고 있다.
23일부터는 프랑스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막바지 총력전에 나선다. 부산엑스포 선정일(28일) 전 최종 PT에서는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영국·프랑스 순방 기간 중 윤 대통령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 및 ‘방송법’에 대해 전자결제 방식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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