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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리허설 보는데 20만 원? '사운드 체크석'을 아시나요 [허지영의 케잇슈]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Metamorph석은 본 공연 관람 전 사운드 체크 이벤트에 참석 가능한 좌석입니다. Metamorph석을 예매한 관객분께서는 본 공연 입장 시작 전, 미리 입장하여 사운드 체크 이벤트 관람 후 퇴장 없이 본 공연까지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오는 1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연장에서 열리는 샤이니 태민의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Metamorph)' 티켓 예매 상세 페이지의 안내문이다. 공연명을 따 '메타모프석'이라고 명시했지만 최근 K-팝 콘서트에 정착하기 시작한 '사운드 체크', '리허설' 좌석이다. 티켓 가격은 19만 8000원. 예매 수수료와 배송비 등을 합치면 20만 원을 넘어선다.

르세라핌 첫 단독 투어 '플레임 라이즈스' 현장 / 사진=쏘스뮤직(하이브)




◇리허설 먼저 보는 사운드 체크석...'웃돈' 주는 명당? = 사운드 체크석은 공연 시작 약 3시간 전에 먼저 입장하여 아티스트의 리허설을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이다. 이 좌석을 국내 공연에 도입한 건 지난해 3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공연이다. 이후 사운드체크석은 리허설석, VIP석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블랙핑크, 아이브, 르세라핌, 세븐틴, 제로베이스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인기 아이돌의 공연에 속속 도입됐다.

좋아하는 가수의 또 다른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팬도 있지만, 대부분 팬들은 가격에 혀를 내두른다. 지난해부터 K-팝 공연이 연일 높은 티켓 가격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운드 체크석은 관객의 부담을 더욱 가중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통상 사운드 체크석은 일반석에 비해 약 30% 비싼 가격으로 책정된다. 지난 7월 열린 세븐틴의 공연 '팔로우 투 서울(FOLLOW TO SEOUL)'와 10월 열린 아이브의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의 일반석은 15만 4000원, 사운드 체크석인 VIP 티켓은 19만 8000원이었다. 9월에 열린 방탄소년단 슈가의 콘서트 '디 데이(D-DAY)'에서 사운드 체크석인 VIP 티켓은 22만 원이었다.

문제는 사운드 체크석이 모두 그라운드 정면 앞 열, 즉 '명당' 자리에 배정된다는 점이다. 결국 관객 입장에서는 앞자리를 원할 경우 사운드 체크 희망 의사와는 상관 없이 웃돈을 내야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공연 티켓 예매 시스템인 추첨제를 도입한 극히 일부 공연(세븐틴 '팔로우' 콘서트 등)을 제외한 대다수 공연에 적용된다.

슈가 콘서트 '디 데이' 좌석배치표와 사운드 체크석 안내 / 사진=인터파트티켓




◇리허설 무대 3개 보고 끝? 해외 공연은 어떨까 = 사실 앞 좌석을 원하는 팬 중 사운드 체크석을 굳이 마다할 팬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서비스다. 정가의 30% 이상 가격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사운드 체크석 관객은 통상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3시간 전에 입장한다. 사운드 체크를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20~30여 분. 공연마다 다르지만, 본 공연까지 남은 2시간 가량 퇴장하지 못하게 하는 공연도 있다.

이 같은 절차에 팬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8월 르세라핌의 공연 '플레임 라이즈스(FLAME RISES)' 공연에서는 2시 30분 쯤 사운드 체크석 관객이 입장한 후 15분 가량 리허설이 진행됐다. 사운드 체크가 끝난 시각은 약 2시 50분. 그러나 관객들은 본 공연인 오후 5시까지 퇴장이 불가능했다. 관객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텅 빈 공연장에서 2시간 가량 지루하게 대기해야만 했다. 이번달 열리는 샤이니 태민의 공연에서도 사운드 체크석 관람객은 리허설을 관람한 후 본 공연까지 퇴장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유수의 팝 가수들은 사운드 체크 VIP석을 두고 '20분 리허설' 뿐만 아닌 다른 이벤트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샌드오프(Send off·공연 후 퇴근길을 보는 이벤트), 하이터치회, 밋앤그릿(MEET&GREET·사인회 및 인사를 나누는 자리) 등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두아 리파 등이 세계 투어에서 밋앤그릿 VIP 티켓을 따로 판매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 공연은 주최사와 늑장 입국 등으로 논란을 빚다 결국 환불 조치로 끝났지만, 당시 판매한 VIP 티켓에는 우선 입장·백스테이지 투어·밋앤그릿·포토타임·싸인 CD·굿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찰리 푸스, 혼네 등 내한하는 해외 가수들은 20만 원대 VIP 티켓에 밋앤그릿 이벤트를 포함하는 추세다. 지난해 내한한 영국 밴드 뉴 호프 클럽, 핀란드 밴드 나이트위시 등이 밋앤그릿 이벤트로 팬을 만났다.

방탄소년단 슈가 '디 데이' 콘서트 현장 / 사진=빅히트뮤직


이에 비해 K-팝 아이돌의 사운드 체크 VIP 티켓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 세븐틴은 북미 투어, 위너는 국내 공연 VIP석 관람객을 대상으로 샌드오프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으나 2020년대에 들며 VIP석의 혜택은 오로지 '20분 리허설' 관람에 그치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 공연한 K-팝 아이돌 중 VIP석에 사운드체크 이상의 이벤트를 진행한 그룹은 전무하다. 지난달 NCT127이 콘서트 후 밋앤그릿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으나 이는 VIP석 이벤트가 아닌 기존 음반 구매 추첨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국내 아이돌 공연에서 VIP 티켓이 리허설 관람 이상의 서비스를 단숨에 제공하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아티스트, 특히 아이돌 그룹과 팬덤의 관계가 해외 팝 아티스트나 밴드 등에 비해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아이돌의 활동은 해외 타 아티스트에 비해 소속사의 권한이 크다. 대부분의 소속사는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의 스킨십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아이돌 팬덤에게 아직 '내 최애와 셀카 찍기' 같은 VIP 이벤트는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내 아이돌 공연 업계가 앞으로도 고민 없이 계속해서 이 같은 ‘20만 원, 20분 리허설’ 티켓을 판매한다면, 아티스트를 내세워 팬들을 ‘호갱’으로 만든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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