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배성중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30)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에게 220만 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월 초순께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담배용품점 주변 골목에서 한 베트남 국적 외국인으로부터 대마 흡연과 섭취를 목적으로 현금 20만 원을 지급하고 대마초 종자 13개를 매수했다.
그는 이태원 소재의 자신의 주거지에서 구매한 대마 종자 3개를 물에 적신 키친타올에 올려두고 빛을 차단해 발화한 뒤 화분에 넣고, 대마 텐트와 조명, 선풍기, 전자저울, 환기구, 온도계, 습도계, ph측정기, 변압기 등 전문적인 설비를 이용해 이를 재배했다.
그는 2022년 7월과 9월 2회에 걸쳐 대마 총 4주를 재배했으며, 같은 방법으로 올해 1~5월 사이에도 대마 종자 1주를 수확했다. 1주는 나무 1개를 나타내는 단위로, 대마의 경우 통상 1주당 2000여 명이 흡입 가능한 양이 나온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재배한 대마 불상량을 유리병에 담아 불을 붙여 발생한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대마를 흡연했다.
또한 A씨는 재배한 대마를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음식과 함께 섭취하기도 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그는 2020년에 방영된 넷플릭스 대마초 요리경연대회 프로그램을 참고해 음식을 해 먹었다. A씨는 대마로 전을 부쳐 먹거나 샐러드, 청, 차에 넣어 섭취하기도 했다. 김밥과 맑은 뭇국, 파스타, 월남쌈 등에도 넣어 먹었으며, 주로 고기에 쌈을 싸 먹는 방식으로 대마를 섭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마 흡연과 관련해 정확한 흡연 날짜나 장소 및 횟수를 특정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특정해 제안하는 일시 등에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순응했다는 것이다. 그는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가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날짜를 특정했다"며 "부정하면 조사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협조를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특정된 날짜가 맞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마 섭취 사실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재배한 대마의 양이 200g가량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인정했고, 이 중 150g을 스스로 소비했다"며 "1회 흡연시 3g의 대마가 소비된다고 치면 십수차례 이상 대마를 흡연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장기간 동일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대마를 흡연했기 때문에 정확한 흡연 일자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 기간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대마를 흡연한 사실은 있다고 봐야한다"며 "수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대마 흡연 사실을 A씨에게 강요한 것도 아니고,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정도"라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 또한 양성으로 나왔다. 국과수는 지난 5월 17일 A씨의 소변, 모발을 채취·압수한 결과, 13~24㎝의 A씨의 모발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법원에 회신했다. 추가로 국과수는 12㎝가량 되는 A씨의 모발을 3㎝로 분할해 재감정한 결과, 4구간 모두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미루어 보면 A씨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도 통보했다.
A씨는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현재 집행유예 기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22년 8월 24일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죄로 재판에 넘겨져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1일에 판결 확정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45회에 걸쳐 대마 합계 약 121.3g을 매수하고, 2019년 5월께 대마를 1회 흡연한 바 있다.
재판부는 "A씨는 대마를 흡연했을 뿐만 아니라, 요리에 대마를 첨가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마를 섭취하기도 했고 이를 위해 거주지 내에 각종 설비를 갖추고 대마를 직접 재배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며 "특히 A씨는 동종 전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숙하지 않고 재차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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