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구(IMF) 총재가 “한국 경제는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상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물가 하락 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출을 확대해왔지만 이로 인해 재정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됐다”며 “지금은 한국 정부가 책임 있게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이처럼 밝힌 것은 한 나라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통화 긴축기에 가계 및 기업부채가 더 늘어난 상태다. 재정마저 풀어 물가를 밀어올릴 경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직격탄이 예상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도 세계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고 노동시장도 강한 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는 등 재정 지원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으로 중앙은행이 해야 하는 역할이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기준금리가 당분간은 중립금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를 잡을 때 마지막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일부 국가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물가가 더 경직돼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확고하고 엄격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행했고 재정 당국은 재정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통화 당국과 재정 당국이 공조할 때 물가 대응에서 속도감에 여력이 생길 뿐 아니라 고금리 부담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아시아 경제 전반에 대해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중국 경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에서 1%의 경제성장이 이뤄질 때 아시아는 0.3%의 경제성장 효과를 본다”며 “지금 중국 경제는 어느 정도 잘 운용되고 있지만 향후 좀 더 둔화할 경우 아시아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최근 올해와 내년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4%와 4.6%로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우리 예상치를 웃돈 데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8%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활용하고 있다”며 전망치 상향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해석이다. 그는 “중국이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일으킨다면 한국 같은 수출 지향 국가에 더 좋은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중국에 대해 “부동산 시장 문제, 신뢰 회복을 통한 소비자 지출 확대 등 다른 이슈를 관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3% 정도를 기록하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는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지만 회복 속도는 더디고 또 불균등하게 진행되면서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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