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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있으면 뭐하나"…약국 뺑뺑이에 분통

■비대면 진료 여전히 반쪽

올라케어, 이틀간 이용자 925%↑

진료 받아도 약국 멀고 약도 없어

의약계 반발 속 복약 불편 커 난항





“비대면진료를 받으면 뭐합니까. 아픈 애를 달래가며 겨우 문 연 약국을 찾았는데, 30분 거리를 운전해서 갔더니 약이 없대요.”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김가영(가명·30대)씨는 “몸이 아픈 환자가 영업 중인 약국을 검색해서 직접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약 재고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네 병원이 문을 닫은 금요일 밤 아이에게 미열·콧물 증상이 있는 것을 보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내과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았는데 정작 약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것. 비대면진료 앱에 ‘영업 중’이라고 안내되어 있는 데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약국이 많았고 어렵사리 연결이 되어도 처방전에 포함된 5가지 약을 모두 구비한 약국을 찾지 못했다.

17일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준 완화 조치로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했던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지난 15일부터 적용된 보완방안에 따르면 야간 혹은 휴일이거나 응급의료 취약지인 경우 과거 방문 이력이 없는 병원에서도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다.



닥터나우를 필두로 나만의닥터·굿닥·올라케어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정책 변화를 앞두고 앱에 공지를 띄우고 진료예약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보완방안이 시행되며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용자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행 첫날인 15일 오후 3시경부터 예약 마감이 속출하는 등 평소보다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올라케어는 15~16일 이틀간 평균 비대면이용자가 최근 3개월(9~11월) 평균치보다 925% 이상 늘었다. 호흡기 및 감기 몸살로 인한 진료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일선 병의원들도 비대면진료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는 반응이다. 용인 소재 A내과 원장은 “만성질환으로 정기적인 약 처방을 받는 환자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30~50대 젊은 환자들 중에는 퇴근 후 비대면진료가 가능할지 요청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 만큼 약 조제와 관련한 불편감은 커졌다. 올라케어에 따르면 약국이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거나 인근 약국에 갔으나 대체조제가 불가해 약을 지을 수 없는 등 약 조제와 관련한 불만이 이틀 동안 고객센터 접수 내역의 약 35%를 차지했다. 비대면진료 대상은 늘었지만 약 배송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확진자 등 일부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탓이다. 비대면진료 문턱을 낮춰 의료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반 쪽 짜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A내과 원장은 “비대면진료 후 복약까지 잘 이어져야 하지 않나. 약국이 문을 닫거나 약이 없어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환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병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실정”이라며 “수요는 많은데 당장 참여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의약사 단체들은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했고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회원들에게 불참을 독려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정부가 의약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약물 오남용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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