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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적은 마트가 아니다 [기자의 눈]

황동건 생활산업부 기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과 젊은 소비자 무리로 붐비는 서울 구도심의 한 전통시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인들이 퇴근하고 없을 한밤중인데 가게마다 불이 밝다. 새로 생긴 음식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최근 몇 년 새 달라진 풍경이다.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전통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고유한 역사성이 상권별 특성으로도 이어지면서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자영업자들과 관련 컨설팅 업계에는 “내년 역시 전통시장과 그 위성 상권이 뜬다”는 말이 퍼져 있을 정도다. 외식 업체들이 아예 시장을 노리고 들어가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청과와 수산 가게는 그늘져 있었다.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지만 정작 예전부터 자리잡은 상인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 상점들의 묶음 대파와 과일류는 한 장의 천을 사이에 두고 아스팔트 노면에 놓여 있었다. 고등어가 담긴 때 묻은 스티로폼 박스 바로 옆으로는 오래된 오토바이들이 브레이크액과 연기를 내뿜으며 행인들을 이리저리 가로질렀다.

입소문에 민감한 젊은 고객층은 단지 시장 상권에 녹아든 새 가게들을 찾을 뿐이다. 위생과는 거리가 먼 바닥·하수·전기 시설을 보고는 눈을 돌린다. 서울 이외에도 전국에서 외국인과 어린 소비자를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운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았다. 지자체가 최근 ‘미스테리 쇼퍼’를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도 상인들은 발걸음이 끊긴 이유를 바깥에서 찾곤 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오랜 기간 전통시장의 적으로 꼽혔다. 상인들에게서 “아무래도 인근의 대형마트 때문에 영업이 어려워진 지 오래”라는 말을 듣는 것은 지금도 어렵지 않다. 비대위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벌이자 정치권도 상인회 눈치를 봐왔다. 서울 서초구를 시작으로 최근 풀리기 시작했다지만 처음부터 근거가 빈약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가 오랜 기간 유지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각지에서 대형 쇼핑몰과 현대적으로 단장한 전통시장이 공존을 이루는 일본의 사례는 해법을 제시해준다. 일례로 주말 대형마트의 시설은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주차 시설 부족을 해결해줄 수도 있다.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해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방안이 전통시장 부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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