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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당국 주도 '톱다운 방식'…주주반발·도덕적 해이 우려도

[민생금융 지원방안]은행권 '2조+α' 지원

소상공인 초과부담 이자 90% 환급

은행 당기순익 10% 재원으로 충당

5대銀 2000억~3000억씩 부담할듯

일각 "겉으로만 자율 협약" 불만

外人 투자자 신뢰도 저하 부를수도

김주현(앞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 금융위원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국내 20여 곳의 은행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은행들이 21일 발표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차주에게 최대 300만 원의 현금을 돌려주기로 한 점이다. 환급 대상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가 187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차주마다 평균 85만 원을 환급받게 된다. 그간 은행권은 현금 지원이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며 보증을 늘리는 우회 지원안을 주로 내놓았는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당국의 압박에 이례적으로 현금 지급 방식을 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지원 방안은 그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함으로써 실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번 지원 방안에 대해 겉으로만 은행들의 자율 협약일 뿐 사실상 당국 주도의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우려에 찬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차주들에 대한 현금 지원이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은행별로 올해 당기순이익의 1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등에서다.

실제로 은행권의 민생 지원 방안 논의는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어 금융 당국은 국회에 오른 횡재세 법안을 거론하며 은행권에 2조 원 규모의 지원안을 마련하도록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리기도 했다. 이자 환급을 총선 직전인 내년 3월까지 이행하겠다는 은행권 계획을 두고도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당초 은행들은 금리 지원 기준선을 5% 수준에서 설정하기로 했는데 회의 막바지에 4%로 바뀌었다”면서 “기준선을 5%로 두면 당국이 할당한 2조 원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은행 간 재원 분담 기준을 정할 때 당기순익으로 할지 대출 비중으로 할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면서 “당국이 연내로 논의 시한을 못 박은 탓에 논의를 더 이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은행의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은행권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를 일부 돌려주는 캐시백을 충당금 또는 영업 비용 형태로 선인식하면 4분기 실적이 부진해 기말 배당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이 72%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68%), 신한금융(60%), 우리금융(37%) 순으로 코스피 평균(32%)을 크게 웃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생 금융으로 인한 재무적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이사회에서 외국인투자가 신뢰도 저하 문제가 제기됐다”며 “외국인 주주가 이탈해 국내 은행권에 대한 평판이 떨어지면 수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조 원+α(알파)’ 규모의 이번 지원 방안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연 4%가 넘는 금리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1년간 초과 부담한 이자의 90%를 환급하기로 했다. 환급 기준점을 4% 설정한 것은 올해 취급된 개인사업자 대출액의 75%(차주 수 기준 60%) 이상이 5%대 금리로 집행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는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 좀 더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기준을 정했다”면서 “집행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내년 3월까지 약 50%는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은 20일 기준 대출을 보유한 차주다. 지난해 12월 21일 이전에 대출을 받았다면 캐시백 대상 이자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2월 20일까지 부담한 몫이다. 현시점에 이자 납부 기한이 1년이 안 되면 대출일부터 1년이 지날 때까지의 이자가 환급 대상이다.

다만 은행권은 은행별 부담 여력을 고려해 지원 금액 한도와 감면율을 하향 조정할 길을 열어두기로 했다. 이 때문에 차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을 했더라도 시중은행보다 수익이 적은 인터넷은행을 이용했다면 캐시백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이자 캐시백으로 은행권이 부담하는 금액은 1조 6000억 원이다.

이외 은행권은 이자 환급과 별도로 4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전기료나 임대료를 부담하거나 서민금융기관에 재원을 출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α에 해당하는 부분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은행별로 정책 취지에 맞는 정책 금융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은행권은 올해 예상되는 당기순이익의 10%를 떼어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우 은행당 2000억∼3000억 원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자율 협의에 의한 지원 방안 마련이다 보니 은행마다 경영 여건이 달라 은행별 분담 기준이나 지원 방식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중지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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