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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제, 부동산 규제풀고 감세 '올인'…"SOC투자 상반기 쏟아붓는다”

◆2024 경제정책방향…성장률 2.2%로 0.2%P 낮춰

비수도권 부동산 활성화 추진

SOC 26.4조 상반기 조기집행

尹 "물가 최우선, 민생 챙겨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지난해(예상치 1.4%)보다는 0.8%포인트 나아진다는 의미지만 기존 전망치 2.4%보다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소비 부진의 원인인 고물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상반기에 약 11조 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60조 원대의 공공 부문 투자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가평·연천·강화 등 89곳의 인구감소지역에서 두 번째 집을 마련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는 등의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이날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경제 토론회’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4년 상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에서 눈에 띈 것은 건설 경기 부양이다. 정부는 26조 4000억 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60조 원대의 공공 부문 투자를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각각 65%, 55%)으로 집행해 경기 부양의 마중물이 되게 할 방침이다.

특히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주택 한 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수도권 부동산 활성화를 돕기로 했다. 또 세입자가 자신이 거주한 60㎡ 이하 소형주택(수도권 3억 원, 지방 2억 원)을 매입하면 올해 한시로 취득세를 최대 200만 원 감면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5월 종료될 예정이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는 1년 더 연장하기로 확정했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에 한해 기업의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최종 세액공제율은 35%, 중소기업은 60%로 조정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도 1년 더 연장된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내는 정부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물가 안정, 고용률 상승 등의 결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민생을 알뜰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지역 '세컨드홈' 1주택 간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상반기중 내수와 건설투자 부진, 그리고 3%대 물가가 이어지며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 태세에 들어간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가 신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경제정책방향 상세 브리핑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배경으로 건설 경기 악화를 1순위로 꼽았다. 부담이 커진 만큼 정부는 올해 상반기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선다.

이미 정부는 예산안 편성 시 10.7% 감액했던 SOC 예산을 5.6% 증액해 26조 4000억 원을 확보했다. 예산 증액에 그치지 않고 상반기 조기 집행을 65%까지 확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집행을 공언하고 있다. 올해 60조 원대의 공공 부문 투자 계획도 상반기 중 55%를 달성할 계획이다.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집행률 목표다.

부동산 PF 위기 확산 방지 대책도 강조했다. 정부는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조속히 집행하는 한편 책임준공 보증 집행 가속화(6조 원), 비주택 PF 보증 신설(4조 원), 건설사 특별융자(4000억 원) 등 건설공제조합을 통한 유동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뚜렷한 사업성에도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장을 매입해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인구 감소 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 부양에 나서는 점도 눈에 띈다. ‘세컨드 홈 활성화’를 내세워 기존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 주택 한 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즉 수도권에 1주택을 소유해도 재산세 특례와 최대 80% 종부세를 공제받는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받는다는 뜻이다. 12억 원 이하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배제 및 비과세 혜택 역시 가능하다.



임차인, 살던 소형주택 사면 취득세 면제…무주택자 지위도 유지


‘다세대·다가구’ 지원책도 내놨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3억 원(수도권, 지방은 2억원) 이하 소형·저가 주택(아파트 제외)을 매입할 경우 올해에 한해 최대 200만 원의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역전세 상황을 감안해 등록임대사업자가 LH와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아파트를 제외한 소형·저가 주택을 올해에 한해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LH 등에서 구축 다세대·다가구주택을 1만 가구 이상 매입하고 전체 공공임대를 11만 5000가구 이상 공급해 주택 공급 안정화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기존 50만 ㎡의 관광단지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5~30만 ㎡의 미니 관광단지까지 조성을 할 수 있게 하고 지정과 승인 권한도 광역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이양해 지방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건설경기 악화에 성장률 하향조정
상반기 공공 SOC 중심 물량공세
다주택 양도세 중과배제 1년 연장
50만㎡ 관광단지 제한 없애기로


기업 유치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2025년 말까지 인구 감소 지역에 사업장을 설치하는 기업에는 취득세 등 지방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 준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상반기에 공공 부문을 동원한 건설투자에 예산과 정책을 몰아 썼다가 하반기 정책 수단이 소실될 수 있는 점이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건설 경기 침체를 막겠다고 모든 걸 내세운 정책이지만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도 있다”며 “상반기 ‘올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총선용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경제평론가는 “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실었지만 전반적으로 건설 부양에 치우쳤다”며 “인위적인 부양보다 성장 기반을 잘 닦는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총선과는 무관하다”며 “균형 발전 차원을 넘어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 활성화는 단·장기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민간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한 정책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당근책도 빼들었다. 비수도권에서 개발 사업에 나설 경우 개발에 따른 이익인 개발부담금을 전액 빼주고 학교 용지의 경우도 50% 감면하는 한시적 규제 유예 조치를 8년 만에 재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일반업종 R&D 세액공제 첫 확대…소상공인 간이과세 매출기준 상향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경기 침체로 잔뜩 움츠려 있는 기업의 투자를 이끌 유인책과 민생 지원을 통한 역동 경제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 대책의 경우 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에 집중했고 민생 지원은 이자 및 전기료 감면을 비롯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이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는 평가다.

우선 기업 대책부터 보면 첨단 업종이 아닌 일반 업종의 연구개발(R&D) 지출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중소기업 60%, 대기업 35%) 올리기로 했다. 일반 R&D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를 들어 그간 매년 5000억 원을 일반 R&D에 투자해온 대기업이 올해 5400억 원을 투자했다고 치자.



이때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은 현재는 투자 증가분인 400억 원 중 25%에 해당하는 100억 원이나 당기 전체 투자분의 2%인 108억 원이다. 그러나 만약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0%포인트 올라 35%가 되면 공제액수는 140억 원(400억 원의 35%)으로 늘어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물가·수출 등 여러 측면에서 올 상반기가 체감적으로 하반기보다 더 힘들 수 있다”며 “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배려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시설투자에 52조 공급 '역대최대'
무역금융 345조→355조로 늘려
'수출효자' K방산 세액공제율도↑
소상공인 126만명 전기료 지원
노인 일자리사업 수당 7% 인상


시설 투자 지원도 확대한다. 먼저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52조 원의 시설 투자 자금을 공급한다. 지난해 한 해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 초과분에 대해 10%의 세금을 추가로 공제해주는 시설 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역시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무역금융 규모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인 355조 원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345조 원에서 10조 원 확대된 액수다. 올해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효자 수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방산 기술을 신성장, 원천 기술로 지정해 ‘K방산’ 수주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도 눈에 띈다. 신성장, 원천 기술로 지정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이 3~12%에서 6~18%로 늘어난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수소 등 다섯 분야를 ‘high5+’ 첨단산업으로 규정해 향후 3년간 150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대책 역시 대거 내놓았다. 소상공인 126만 명에 대해 업체당 20만 원씩 전기료를 면제하고 상생 금융과 재정 지원을 통해 2조 3000억 원 이상 이자 부담을 깎아주는 게 대표적이다. 시장주의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로서는 사실상 현금 지원에 가까운 민생 대책을 통해 상반기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아울러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현 8000만 원에서 상향해 부가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간이과세자는 연 매출 8000만 원 이상인 일반 과세자와 비교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세금 신고도 1년에 1회만 하면 된다.

노인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지원 사업을 기존 88만 3000명에서 103만 명으로 늘리고 수당 역시 7%(최대 4만 원) 인상했다. 정부는 1분기 중 노인, 취약 계층 등 직접 일자리 지원 인원의 90%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기간을 3년으로 1년 더 늘리고 노인기초연금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33만 5000원으로 올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입장에서는) 올 상반기가 고금리로 더 힘들 수밖에 없다”며 “소비 부진으로 인한 내수 침체 등이 예상되는 만큼 현금 뿌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무릅쓰고 서민 대책에 할애한 흔적이 보인다”고 짚었다. 최 부총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같은 경우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R&D 강화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선거 전 국회에서 조속한 통과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특법 등 입법 과제만 12개…'총선용 개정' 野반발 불보듯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세제 혜택 범위를 확대했지만 국회 관문 통과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민생경제 안정과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 상당수가 조세특례제한법이나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세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수상으로 정부 여당의 추진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법 등을 포함해 모두 12개의 입법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12개 입법과제 가운데 조세특례제한법이 6개, 지방세특례제한법이 2개로 세법이 전체 경제정책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행에서도 50여 개의 개정 사항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부 입법 과제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도 법 개정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에 주택 한 채를 새로 구입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기존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니 관광단지’ 활성화 대책 역시 관광진흥법을 손질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책도 법 개정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PF 정상화펀드’ 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감면해주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제외 소형, 저가 주택 매입 시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다세대·다가구 지원책 또한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바꿔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야당 설득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아 의원들이 의회보다는 지역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상임위원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어렵사리 상임위가 소집되더라도 ‘총선용’ 개정이라며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4월 총선 이후에도 개정에 나서기는 만만찮다. 여야 대치 속에 통상 원 구성에만 2개월 이상 걸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7월에나 22대 국회가 개원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경제정책방향을 추진하기 위한 입법 과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기는 8월 임시국회일 것으로 보여 상반기 내 정책 집행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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