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 달 연속 한국 경제 내수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탓이다. 다만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덕에 경기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7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고금리 구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품소비와 건설기성은 둔화하고 서비스 소비 역시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면 반도체 산업은 수출과 생산이 대폭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등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전산업생산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제조업 회복세가 뚜렷해 지면서 KDI의 경기 진단은 3개월 연속 경기 부진 완화를 확신하는 뉘앙스가 강해졌다. KDI는 경기 부진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서히 완화”, 지난달 “경기 부진 점진적 완화”라고 분석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KDI에 따르면 12월 소매 판매는 국내승용차(-9.7%), 의복(-6.7%), 음식료품(-5.2%)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하며 전년동기대비 2.2% 줄어들었다. 서비스 생산 역시 도소매업(-3.7%), 금융 및 보험업(-3.0%), 숙박 및 음식점업(-2.2%)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해외관광객 증가로 운수 및 창고업 생산액이 9.7% 급증한 덕에 전체 서비스 생산은 0.2% 소폭 늘었다.
건설기성은 2년 연속 부진했던 주택착공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1.2%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통계를 작성하는 기간 내 누적된 시공실적을 의미하는 지표다. 건설기성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역시 가장 비중이 높은 민간 부문에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상당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마이너스(-5.9%)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지표 개선 신호가 관측됐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대비 20.9% 감소했다. 첨단산업과 관련된 특수산업용 기계 투자의 감소폭은 지난해 11월 -25.2%에서 12월에는 -11.2%로 완화됐다. 전년동월대비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역시 11월 24.4% 감소했던 것이 12월에는 0.0%로 분명한 회복세를 보였다.
1월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는 56.2%, 자동차는 24.8%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와한 품목들의 수출액 역시 지난해 12월 0.4% 감소했던 것과 달리 1월에는 10.6% 증가했다. 수입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7.8% 감소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전년동월(126억 6000만 달러 적자)에 비해 크게 증가한 44억 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KDI는 세계 경제가 2024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지정학적 위험과 글로벌 교역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DI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성장세와 중국의 경기부양 조치 등을 고려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면서도 “2024년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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