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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전기차 '열폭주' 막아라…신소재 개발 경쟁

[배터리 폭발 방지 R&D]

폭발위험 막을 소재 있지만

가격 지나치게 비싸 딜레마

엔트리움, 저가소재 이용한

단열·방염 강화 기술 공개

LG화학도 차폐물질 연구중

지앤톡은 화재 긴급 알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열 폭주 지연 소재를 적용하는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팩의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소방청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폭발 사고로 인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늦어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폭발 사고 건수가 2021년 24건, 2022년 44건, 지난해 상반기 42건 등 매년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나면 배터리의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는 ‘열 폭주’가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두 모금만 마셔도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불화수소가 대거 새어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소방차 진입이 힘든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에서 비롯된 화재·폭발은 인근 차량으로 쉽사리 번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폭발의 원인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성, 배터리 과충전, 외부 충격을 꼽는다. 이 중 과충전 문제의 경우 충전량을 90% 이하로 제한하는 게 필요하고 외부 충격은 충돌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열 감지, 재난 긴급 알림 시스템을 구축한 장화철 지앤톡 창업자는 “네이처 논문을 보면 전기차에서 화재가 나면 배터리 양극재의 열분해가 이뤄지며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15초 안에 1000도가 넘는 열 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치명적인 불화수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열감지센서 카메라로 24시간 감시해 화재 발생 시 바로 골든타임 내 문자·전화 등으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자체의 화재·폭발을 해결하는 것은 기술적 난제다. 배터리 화재·폭발은 배터리셀 하나의 폭발로부터 시작된다. 전기차에는 배터리셀이 사양에 따라 100~300개가 팩 형태로 조립돼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사의 파우치셀 케이스는 보통 얇은 알루미늄으로 충전 시 셀이 부풀었다가 방전 시 수축되는 현상을 반복한다. 이때 양극재로 쓰이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이 배터리셀 안의 물질과 반응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면 폭발 위험이 커진다.

CATL·BYD와 같은 중국 배터리사는 주로 각형 셀을 적용해 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돼왔으나 실상 화재·폭발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배터리 전문지인 배터리스뉴스에 따르면 “언론 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 내 전기차 폭발 사건이 적어도 하루 7회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다. 각형 셀은 케이스가 두껍고 단단해 파우치셀처럼 팽창과 수축이 적고 양극재인 LFP(리튬·인산·철)도 화학적으로 NCM보다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재·폭발이 지속될 뿐 아니라 최근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위해 배터리 주요 부품을 없애는 추세여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배터리셀의 폭발 위험을 낮추려면 셀 내 위험 물질의 함량을 낮춰야 하지만 애로 사항이 있다. 박영배 국립안동대 반도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충전 용량과 속도 등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국내외에서 충전 용량 등의 손해를 피하면서도 화재·폭발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펴는 게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열폭주 지연패드 모습.




배터리셀의 폭발 위험을 낮추는 대표적인 방법은 배터리 열 폭주 지연 소재를 적용해 셀 하나가 폭발하더라도 옆 셀로 전이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셀과 셀 사이나 배터리팩 상부 등에 필름이나 패드 소재를 넣는 방식이다. 미국 3M과 로저스, 프랑스 생고방 등 해외 기업들과 LG화학·엔트리움·나노팀 등 국내사들도 실리콘·에어로겔 등 단열·방염 특성을 갖춘 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열 폭주 지연 패드에 대한 배터리사들의 요구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요구 수준에 근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부 해외 제품의 경우 1㎡당 5만~20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전기차 한 대당 필요한 열 폭주 지연 패드는 3~4㎡에 달한다.

엔트리움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반도체 전자파 차폐 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실리콘·에어로겔 등 고가 소재 대신 저렴한 소재를 쓰고도 단열·방염 성능을 높였다. 패드의 열전달을 최소화하거나 패드층 사이 미세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 향상도 꾀했다. 그만큼 화재·폭발 위험을 낮춘 것이다. 공정을 단순화해 가격도 절반 이하로 낮췄다.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는 “우선 한국의 배터리사와 전장부품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미국 배터리사에 내년부터 열 폭주 지연 소재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회사에 지분투자한 중국의 상장사를 통해 현지 배터리사들과 소재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장 부품 플라스틱 케이스의 차폐 코팅 모습.


특히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경량화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전자파가 많이 발생한다. 김성웅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알루미늄 등 금속 케이스를 플라스틱 소재로 변경할 경우 그 무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전자파를 차단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펼쳐지면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반도체 소자들의 전자파 차폐 소재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차폐 실드캔은 큰 무게와 넓은 부피, 내부 전파 간섭의 한계가 있는데 비해(왼쪽 사진) 반도체 소자 단위의 전자파 차폐 공정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무게·부피를 줄인 모습이다(오른쪽 사진). 사진 제공=엔트리움


현재 독일 바스프, 일본 세키스이, LG화학 등이 플라스틱에 탄소 물질 등 차폐 물질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전자파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차폐 성능이 부족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 케이스 내벽에 일반 차폐 코팅재를 적용하기도 하나 열처리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녹는 한계가 있다. 80도 이하의 온도에서 고성능 차폐 고팅층이 형성되도록 하는 게 과제다. 정 대표는 “반도체 전차파 차폐용으로 개발한 은 코팅재 외에도 구리·탄소 입자가 적용되는 차폐 코팅재를 활용해 상온에서도 차폐 코팅층이 형성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플라스틱 케이스에 10~20um(1um은 100만분의 1m)만 코팅하면 전자파가 차폐돼 경량화에 유리하면서도 가격 경쟁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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