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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만들던 회사가 대형 선박을 매입한 이유는? [빛이 나는 비즈]

대한전선 500억 주고 매입한 포설선 17일 부산 입항

해저케이블 육로운송 어렵고, 설치도 해저라 포설선 필요

해상풍력 시장 확대되면서 해저케이블 시장도 빠르게 커져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턴키 역량 갖추기 위해 포설선까지 매입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서 독보적인 경쟁력 갖춘 기업으로 도약”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포설선. 사진 제공=대한전선




17일 일반적인 선박과 다른 기이한 모습을 한 대형 선박 한 척이 부산 감천항에 입항했다. 선수에는 대형 컨테이너 3개를 쌓은 듯한 구조물이 있었고 그 위에는 선교가 올려져 있었다. 갑판에는 각종 대형 설비가 설치돼 있었고 선미쪽에도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대형 크레인 모양의 설비가 놓여져 있었다. 전체길이 90m, 폭 28m, 최대 높이 6.5m, 6200톤급의 이 선박은 대한전선(001440)이 지난해 연말 500억 원을 주고 매입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Cable Laying Vessel)인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으로 이날 국내에 처음으로 입항한 것이다. 포설선은 해저 케이블 운송과 포설, 매설을 하는데 사용되는 선박으로 대한전선의 CLV는 바지선을 개조한 CLB보다 기상 변화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자체 동력을 갖춰 원거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도 유리하다. 여기에 선박위치 정밀제어시스템(DP2)도 탑재돼 포설시 안정적이고 정확도가 높다. 특히 이 선박은 한 번에 선적 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은 최대 4400톤에 달한다.

이날 포설선 입항으로 대한전선은 해제케이블 사업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됐다. 대한전선은 이번 포설선 투자로,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수행할 수 있는 턴키(Turn-Key)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초고압 케이블 등 각종 전력 케이블을 생산하는 대한전선이 육지가 아닌 바다로 눈을 돌린 이유는 해저케이블 시장 성장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전선산업의 시장규모는 전통적으로 지중케이블이 해저케이블보다 월등히 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가 확립됐고, 해상풍력이 가진 여러 이점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주요 발전원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해상풍력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2032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28.2%로, 2025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CRU도 전 세계 해저케이블 수요는 2022년 약 6조 원에서 2029년 29조 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해저케이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해저케이블 프로젝트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대형 프로젝트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고 해상풍력 프로젝트 외에도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등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망 사업도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에도 초고압 해저케이블 및 HVDC 케이블 등 장거리 송전망 턴키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소수의 업체만이 영위하고 있다. 이에 대한전선은 70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총 동원해 해저케이블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을 해저로 포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전선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을 해저로 포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전선


해저케이블은 육상케이블과 전기적인 구조와 특성은 동일하나 수밀 및 외장 등 기계적인 특성에 큰 차이가 있다. 세부적으로 해저케이블은 높은 수압과 염분이 상존하고 있는 가혹한 해저 환경을 견뎌야 하므로 우수한 수밀적 특성이 필요하며, 케이블 포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력 및 외부 충격 등에도 내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외장이 단단해야 한다. 이에 해저케이블 생산 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로 하고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해저케이블의 중간 접속을 최소화하기 위해 케이블을 길게 뽑을 수 있는 장조장 기술력도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이 해저케이블은 높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대한전선은 2009년 여수 장군도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등의 국내와 러시아, 호주, 베트남 등 해외에서 13개의 해저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2017~2018년), 군산 해상풍력 시범 사업(2017년, 2021년) 등에 22.9kV의 내부망을 공급하며,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수행 경험과 해저케이블 분야의 기술력을 지속 쌓아왔다. 당시 프로젝트들은 비교적 소규모의 프로젝트로 해저케이블을 육로 운송할 수 있어 당진 케이블 공장에서 생산했다.



대한전선은 2021년 해저케이블 사업단을 발족했고, 해저케이블 시장 확대를 대응하고, 본격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2022년 12월 충남 당진 고대부두에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해저케이블사업단은 지난해 연말 진행된 조직개편에서 해저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됐다.

대한전선 당진 공장 전경. 사진 제공=대한전선


대한전선은 또 시장 성장에 대응해 생산 역량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충남 평택 당진항 고대부두 배후 부지 약 1만3500평에 해저케이블 1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저 1 공장의 생산 설비는 1단계, 2단계 나눠 구축한다. 1단계에서는 내부망에 주로 활용되는 66kV급까지 생산한다. 1단계가 마무리되는 올해 3~4월에 1공장의 2단계의 건설도 시작한다. 2025년에 154kV급 해저케이블과 생산을 목표로, 현재 신규 설비를 발주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345kV급 외부망과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해저 2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 신속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자 유상증자를 추진,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총 투자 규모는 7200억 원이며,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재원 중 4758억을 해저케이블 2 공장에 투입해, 설비 증설 및 기술 고도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해저 2공장에는 초고압케이블의 핵심 설비인 VCV 타워를 건설해 HVDC 525kV급 해저케이블과 345kV급 외부망을 생산한다. 현재 공장 건설을 위해 입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대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결정에 이어 포설선까지 매입하면서 설계, 생산, 운송, 시공, 시험, 유지보수의 해저케이블 관련 전체 벨류 체인을 확보해 턴키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 국내외 고객사들이 자재와 시공의 통합 턴키 발주를 선호하고 있어, 대한전선의 사업 수행 기회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해저케이블 생산 및 시공 등이 고부가가치인 만큼 수주 증가로 수익성 개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과 포설선 확보를 통해 생산부터 시공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턴키 경쟁력을 갖췄다”며 “전 세계적으로 해저케이블 시공 역량까지지 갖춘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만큼,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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