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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보고 푸드IP 아이디어…"유명셰프 직접 설득했죠" [CEO&스토리]

■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

집밥 수요확대에 간편식시장 진출

유명음식점 IP 활용 '캐비아' 설립

세컨드 브랜드 레스토랑도 만들어

셰프들과 상생하는 회사로 키울 것

'삼원가든 아들' 꼬리표 떼려 노력

블루밍가든·부처스컷·투뿔등심 등

론칭하는 브랜드마다 '대박' 행진

외식업 넘어 푸드테크 산업도 진출

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 오승현 기자




수원 삼성전자 구내식당은 미쉐린가이드 2023 추천 맛집인 삼원가든의 떡갈비가 특식으로 나오는 날이면 이른 점심시간부터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선다. 2030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의 입맛을 사로잡은 삼원가든 특식이 나오는 날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들이 수백 건씩 올라온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삼성웰스토리 식단에는 삼원가든을 비롯해 안동국시 등 유명 맛집의 메뉴가 들어 있다. 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가 운영하는 ‘캐비아’가 확보한 맛집들의 메뉴 레시피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제품을 납품한 덕분이다. 캐비아는 메뉴 레시피는 물론이고 식자재까지 공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삼성웰스토리에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4월에는 삼성웰스토리와 협업해 ‘이치에멘츠카츠’ ‘은마양대창’ 메뉴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삼성웰스토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며 점차 기업간거래(B2B)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2020년 설립한 캐비아는 팬데믹 기간 ‘집밥’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회사다. 그는 “개인적인 슬럼프 시기였는데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보며 유명 맛집의 레시피를 확보해 가정간편식(HMR) 상품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즐겨 찾는 식당 위주로 유명 셰프들을 찾아가 현재 155개의 IP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캐비아의 IP를 활용한 HMR 상품은 쿠팡·오아시스·쓱닷컴 등 e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확대했다. 바로 유명 셰프들과 세컨드 브랜드 레스토랑을 만들어 프랜차이즈화한 것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남준영 효뜨 셰프와 만든 베트남 음식점 굿손과 압구정진주·을지로보석 등을 탄생시킨 이진규 대표와 만든 진주가정식뷔페·한남소관 등이다.

박 대표는 “요리 실력은 뛰어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셰프들에게 컨설팅을 통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들과 손을 잡고 철학을 메뉴와 매장에 담아 수천 개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비아는 다음 달 새로운 시도를 한다. 서울 논현 영동시장에 유명 셰프와의 협업이 아닌 독자적인 식당 ‘마라통닭’을 오픈한다. 박 대표는 “마라 음식은 트렌드에서 스테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며 “셰프들에게 캐비아의 철학을 직접 보여주려면 자체 브랜드 확산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마라통닭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G다인힐에서 운영하는 중식당 메이징에이를 통해 확보한 마라맛 노하우를 치킨과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다양한 시도는 사실 ‘삼원가든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터줏대감 격인 삼원가든 박수남 회장의 아들로 평생을 살아온 박 대표는 “학창 시절에는 ‘삼원가든 아들’ ‘고깃집 아들’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뉴욕대 호텔외식경영학과로 유학을 떠났다가 국내로 돌아와 삼원가든에 입사하자마자 SG다인힐을 만들어 블루밍가든(이탈리안), 부처스컷(스테이크), 투뿔등심(한우), 메이징에이(중식), 로스옥(로스구이) 등 새로운 브랜드들을 잇따라 선보였고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박 대표는 “한계를 없애고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사람들이 처음에는 고깃집에서 왜 저런 브랜드를 하나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제는 어떤 브랜드를 내도 이상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외식업에서 나아가 박 대표는 푸드테크 산업에도 진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17년 2110억 달러(약 282조 원)에서 연평균 7%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에는 3600억 달러(약 46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 시발점으로 그는 2019년 지구인컴퍼니 시리즈 A 투자에 10억 원을 출자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지만 외식업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대체 식자재나 건강 등 시장의 판도 바뀌며 푸드테크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그는 2020년에는 단백질 식품을 만드는 베네핏츠를 설립하고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식단면을 생산하고 있다. 베네핏츠의 식단면은 면 100g당 탄수화물이 20g으로 다른 제품(70g) 대비 3분의 1 수준이면서도 식감은 일반 면과 비슷하게 구현했다. 박 대표는 “365일 다이어터로 살아가고 있지만 라면을 끊는 것이 힘들어 당 전환이 안 되는 면을 개발했다”며 “지금도 더 나은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산업군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20년간 쌓아온 ‘업력’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그는 SG다인힐을 설립해 여러 브랜드의 레스토랑을 운영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시작은 블루밍가든이었다. 당시 이탈리안 레스토랑 붐이 일며 수많은 레스토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블루밍가든은 생면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파스타를 선보였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젊은 세대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박 대표는 “블루밍가든의 세련된 수준과 고객의 기대치가 딱 맞아떨어졌다”며 “외형을 키우고 싶어 단기간에 6호점까지 확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SG다인힐은 모든 브랜드가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그렇다 보니 점포를 많이 낼수록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급격히 늘어난다. 블루밍가든의 다(多)점포 전략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다(多)브랜드 소(小)점포’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한 브랜드당 3~4개의 점포만 운영하는 방식이다.

SG다인힐의 브랜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박 대표는 “수요를 창출하며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라고 꼽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를 리딩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의 철학은 투뿔등심을 오픈하며 정확히 입증됐다. 당시는 국내에 소고기 특수 부위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채끝 부위 등은 비선호 부위였고 고기를 숙성하는 ‘에이징’이라는 단어도 흔치 않았다. ‘투플러스(1++)’ 등급이라는 단어도 소위 ‘업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던 때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앞으로 등심, 특수 부위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름도 ‘투뿔등심’이라고 지었다. 최초로 발렛 서비스를 도입했고 콜키지 프리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결과는 히트를 쳤고 사실상 ‘에이징 숙성 등심’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조격 레스토랑이 됐다.

그의 남다른 사업 마인드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22년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캐비아는 1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GS리테일로부터 20억 원을 투자 받으며 협력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캐비아는 성과가 확연하게 달라 성장 가능하다고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자금은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산 라인이나 식당을 오픈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외식 업계 굵직한 브랜드를 만든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뭘까. 그는 “캐비아를 가장 성공한 HMR 회사로 만들고 IP를 활용해 셰프와 상생하는 선한 영향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가장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외식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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