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과 자폐인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 시선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굿닥터’, 영화 ‘레인맨’ 등이 자폐에 대한 편견을 일부 줄여줬지만, 사실 그 작품들은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서번트 증후군’(기억·계산 등 일부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묘사했을 뿐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자폐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신간 ‘패턴 시커’는 다른 방식으로 자폐증에 대한 일반 대중의 생각을 바꿔 놓는다. 책은 “자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남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특징”이라며 “이 특별함 덕분에 인류 문명이 체계화되고 발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진보를 이뤄낸 가장 중요한 두 사고방식은 체계화를 추구하는 사고방식과 공감이다. 그 중에서도 체계화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류는 언어와 도구, 제도와 법률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저자는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의 논리를 통해 무언가를 체계화하는 것이 인류에게 발명 능력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60만 명을 분석한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자폐인들은 이 체계화 메커니즘이 극도로 발달한 사람들이다. 대신 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공감 능력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비트겐슈타인, 앤디 워홀과 글렌 굴드 등 희대의 천재들에게도 자폐 성향이 있었다. 이들은 사회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인류는 자폐인들의 사고방식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렇듯 자폐인 모두는 어느 한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능력을 발휘한다. 만약 사회와 인류 문명이 자폐인들에게 특화된 능력을 필수적으로 쓰이도록 진화해 왔다면 비정상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인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신경다양성의 세계에서는 정상과 비정상, 두 가지만 존재하는 낡고 부정확한 시각이 아닌 수많은 뇌가 존재한다. 자폐인의 뇌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다를 뿐인 것이다.
책 서두에 나오는 자폐아 ‘알’은 네 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알에게 “뇌가 맛이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그런 알의 재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는 수많은 발명을 해내며 인류 문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 그의 이름은 토마스 에디슨이다.
그러나 자폐인들은 자신들을 백안시하는 사회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책은 “자폐인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3분의 1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지적한다. 사회과 점점 다원화되고 있는 현대 시대, 자폐인들의 재능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일깨워야 할 때다. 2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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