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야심 차게 시작한 민생 토론회가 14일 20회 차를 맞았다. 당초 토론회는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대체하기 위해 기획됐다. 토론회는 통상적인 업무보고 기간 이후에도 계속됐다. 현장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토론회에 ‘진짜 민심’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떨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의 현장성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날것 그대로의 현장을 원하는 관료는 드물다. 협의 과정에 있는 정책이 노출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고 자칫 대통령의 심기까지 거스를 수 있어서다. 최근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토론회 참석자의 질의에 날것 그대로의 답변을 내놓은 다른 부처 직원을 두고 “우리와 협의하지 않은 사안을 멋대로 발표했다”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대다수 관료가 원하는 것은 ‘예쁜 현장’이라는 소리다.
생중계 시간만 봐도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정부 의지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개 평일 오전 9~10시에 열리는 토론회 시간에 맞춰 생중계를 제대로 챙겨볼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KTV의 유튜브 방송 평균 조회 수가 1000~2000대에 그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대한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면 토론회 시간을 평일 아침 드라마 시간대가 아닌 주말 황금 시간대 등으로 잡았어야 할 일이다.
토론회가 평균 주 2회꼴로 열리다 보니 신선함도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관권 선거’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현안에 초점을 맞춘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한 까닭이다.
‘홍철 없는 홍철팀.’ 과거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온 유행어다. 당시 방송인 노홍철 없이 홍철팀이 구성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예쁜 현장을 원하는 관료들과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경호원, 경호 장비로 이중, 삼중 둘러싸인 현장에서 진짜 민심을 찾을 수 있다는 정부 생각에 의문이 드는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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