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아 통화정책을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와 농산물 등이 반영된 소비자물가는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이 높은 물가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도 내년 이후로 후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신호조차 내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의 깜빡이를 켰다는 말을 하는데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료를 보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고민하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깜빡이를 켰다는 것은 피벗이 결정됐다는 뜻이지만 현재 한은은 이조차 결정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3개월간 금리 동결도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통위원 1인은 내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안정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없다면 금리 인하는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배럴당 80달러대의 유가를 가정해 도출한 수치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이어져 유가가 90달러대를 계속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는 2%대에 안착하기 어려워진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점을 금리 결정에 큰 변수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올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는 불확실성이 높아 예단하기 어렵다”며 “물가가 연말 2.3% 경로를 유지하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보다 높아지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시장의 높아진 변동성과 관련해서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달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며 ‘강(强) 달러’ 현상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 주변국 통화의 영향을 받아 과도하게 절하됐다”며 “과거에는 갚아야 할 외화 부채가 많아 신용 위험이 있었지만 현재 해외 순자산도 많고 서학개미 등 투자가 늘었다. 경제위기가 오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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