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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기업 사활 걸린 특허 전쟁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은 세계 362개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이 150개다. 이 중 85.3%에 달하는 128개가 벤처기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던 중에도 2022년 기준 우리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고용 인원도 81만 명 수준에 달한다. 이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고용 인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6만 명 이상 많은 규모다. 벤처기업이 국가 경제의 중심축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역대 모든 정부와 정치인들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확실히 풀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이 20년 넘게 간절히 바라왔음에도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법안이 있다. 특허침해 소송 ‘변리사 공동대리’ 법안이다.

특허는 벤처기업에 심장과도 같다. 기술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를 지킬 수 있는 특허라는 무기가 없다면 후발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일수록 특허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벤처기업 10곳 중 9곳이 소송 장기화로 인한 부담으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특허 소송을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특허침해 소송은 1심에서만 평균 600일이 넘게 걸린다. 이는 일반 민사소송의 2배 이상이다. 특허침해 소송 장기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리인의 전문성 부족이다. 오직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할 수 있는데 대다수 변호사들은 특허 문서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이 워낙 복잡해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뿐더러 특허의 권리 범위를 분석하는 것은 기술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경쟁사 기술·특허를 분석하고 특허 출원·등록의 전 과정을 담당해온 전문가는 바로 변리사이며 영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이 변리사에게 특허침해 소송대리를 허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변호사 단체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만 소송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허침해 소송에서 국민은 바로 ‘기업’이고 기술·특허를 잘 아는 변리사가 직접 참여할 때 국민의 권리가 더욱 잘 보장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지난해 6월 개원한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도 변리사의 특허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자국 기업들의 신속·정확한 특허 분쟁 해결을 위해 낡은 규제들을 과감히 던져버리는데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변리사가 쪽지를 건네고 변호사가 읽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허 전쟁으로 벤처기업들이 무너지면 미래 성장을 위한 도전과 혁신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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