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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실업 사태 맞은 사무직, 실직 주범 AI 데이터센터를 부술까 [이덕연의 경제멘터리]



흥미로운 경제 역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고도 성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각각 남긴 경제 공과(功過)는 무엇일까요.

결정적인 사건을 사실과 통계를 바탕으로 깊고 공정하게 다룹니다. 세계 대공황, 영국 산업혁명, 동·서양 대분기(大分岐·Great Divergence), 일본 근대화, 중국 개혁·개방과 같은 세계 경제사 속 거대 담론도 들여다봅니다.

역사학자 E.H. 카가 남긴 명언을 활용해봅니다. 현재와 과거 사이, 끊임없는 지적인 대화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공지능(AI)을 형상화한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일시: 1812년 1월 25일

장소: 영국 노팅엄 인근

내용: 목요일 밤 10시 경 노팅엄 인근 렌턴 지역에서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무리가 권총·망치·몽둥이를 들고 방직업자 조지 볼 씨가 사는 자택에 침입했습니다. 그들은 볼 씨에게 상해를 가한 후 작업실에 있는 방직기 5개를 위법하게 파괴했습니다. 4개는 볼 씨의, 1개는 양품 제조업자 프랜시스 브레이스웨이트 씨의 것입니다.

공지: 상해를 가하고 기물을 파손한 사람과 자택에 침입한 사람 등 이 흉악범죄와 관련이 있는 이를 제보하는 사람에게는 200파운드를 드립니다.

(후략)

1812년 영국 문서. 영국국립보관소


19세기 초반 영국 중부 지방의 한 도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한 공장주의 자택 내 작업실에 침입해 실로 직물을 짜는 기계, 방직기를 부쉈습니다. 이로부터 수십 년 전 일어난 산업혁명에 대한 반동이었습니다. 면을 짜는 과정은 크게 양털에서 실을 뽑는 방적, 실로 면을 만드는 방직이 있는데 두 분야에서 일어난 기술 혁신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기계에게 내줬습니다. ‘실직의 주범은 기계다’라는 생각에 일부 노동자가 기계를 부수는 운동을 벌였고, 실존 여부는 불확실하나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네드 러드(Ned Ludd)라는 인물의 성을 따 이때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러다이트 운동(Luddite)’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경제와 산업 분야 기사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보도가 쏟아지다보니 AI 이야기가 ‘식상하다’는 반응을 접할 때가 있지만 AI 기술 동향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올해 2월 공개한 자동 영상 생성 모델 ‘소라’를 본 독자가 계실까요? 실제 촬영한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챗GPT 출시일은 2022년 11월 30일. 불과 1년 반이 안 된 시점인데 1년 뒤 기술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제멘터리’ 이번 화에서는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다룹니다. 산업혁명은 인류가 영위하는 경제·사회·정치·문화 모두를 뒤바꾼 거대한 사건입니다. 만약 AI 기술이 지금처럼 기하급수적 속도로 발전한다면 21세기 인류가 직면할 변화는 산업혁명 때 격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약 300년 전 큰 폭의 기술 변화로 인류 경제와 사회가 변화한 양상을 살펴보면 미래를 내다보는 데 있어 통찰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 타임머신을 타고 18세기 영국으로 떠나봅니다.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당시 공장의 모습.


덫을 탈출하다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부터 약 100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기술 혁신, 공업 생산 조직의 변화를 일컫습니다. 앞서 살펴본 면 공업 사례처럼 기계가 도입되면서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됐죠. 예전 인류는 낫, 망치 등 도구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동력을 주면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드물게 썼습니다. 산업혁명의 정의는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본질은 기술 혁신으로 인한 기계의 도입과 1인당 생산성의 증가, 이에 따른 경제·사회·정치적 변화에 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 인류는 ‘맬서스 트랩(trap·덫)’이라 불리는 가상의 덫에 걸려 있었습니다. 맬서스 트랩은 영국 정치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사상에 기초한 가설로 한 사회의 최대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는 가정을 핵심으로 합니다. 농경 사회에서 농부가 경작할 수 있는 농지는 한정돼 있죠. 이런 상황에서 출생률이 높게 유지돼 인구가 늘어나면 개개인의 생활 수준은 악화돼 먹을 것이 부족해집니다. 인구 과밀로 기근, 전염병 또는 내전이 발생하면서 인구는 다시 줄어듭니다. 그러다 어느덧 출생률이 높아지면 인구가 다시 늘고, 이로 인해 또 다시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덫’에 걸리게 됩니다. 이는 인구가 아닌 1인당 소득 관점에서도 똑같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맬서스 트랩은 하나의 가설이지만 실제 18세기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전까지 동양, 서양 어디에서든 이 덫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확인됩니다. 옆나라 중국의 사례를 잠시 살펴볼까요? 중국 대륙 인구는 한나라 이후 2000년 동안 영토에 따라 변동은 있었지만 4000만 명에서 7000만 명 사이를 오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제학자 케네스 포메란츠 추산에 다르면 중국의 일반적인 가정은 6명 정도의 아이를 뒀다고 합니다(Pomeranz 2000). 하지만 이 중 3분의 1 정도만이 성인이 될 때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Tang 1979). 중국 인구는 청나라 시대에 들어 감자, 옥수수 등 외래 작물이 들어오고 정치 안정, 토지 생산성 증가 등 긍정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늘어나게 됩니다.

중세 유럽 귀족 영지 장원(manor) 지도. 중세까지는 생산 수단이 한정돼 있어 생산량 또한 정체됐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맬서스 트랩을 수천 년 동안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있었지만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이를 탈출하게 됩니다. 잉글랜드 지역 인구는 1750년 580만 명에서 1800년 870만 명, 1850년 1670만 명으로 불과 한 세기 만에 3배 수준으로 증가합니다. 산업혁명이 인근 유럽 국가에게 전파되면서 프랑스, 독일 등도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을 경험합니다. 1750년에서 1850년 사이 프랑스 인구는 2450만 명에서 3590만 명으로, 독일 인구는 1840만 명에서 35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최대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는 맬서스 트랩의 핵심 가정이 기술 혁신으로 인해 깨지면서 발생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똑같은 인력과 기계를 써도 더 많은 생산물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사회 구성원의 소득, 지출 증가로 이어지죠. 여전히 농지 부족과 식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당시 뉴포크 농법 도입 등 농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학설과 영국의 방대한 해외 식민지로 인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압력이 크지 않았다는 포메란츠의 주장이 있습니다.

수직축은 1인당 소득, 수평축은 연도. 산업혁명을 지나 비로소 1인당 소득(생산성)의 비약적 증가가 이뤄졌다. 그레고리 클라크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이미지 재편집.


영국의 장영실들


그럼 이제 당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살펴봅니다. 보통 산업혁명이라 하면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나 증기선, 제철소에서 흐르는 새빨간 쇳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혁명의 신호탄을 쏜 것은 면 공업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옷감을 만드려면 실을 뽑는 방적, 실로 면을 만드는 방직 과정을 거쳐야 하죠. 이 둘은 서로 보완적인 공정이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 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전체 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방적 기술이 10배 발전해 실이 넘쳐나도 실로 면을 짜는 방직 기술이 정체돼 있으면 실이 남아돌 뿐 결국 옷을 만드는 속도는 똑같게 됩니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면 공업은 방적과 방직 기술이 마치 달리기 경주를 하듯 순서를 바꿔가며 발전하는 형태로 성장했습니다. 우선 1733년 수공업자 존 케이가 방직기 ‘플라잉 셔틀’을 만듭니다. 플라잉 셔틀은 1750년대까지 영국 전역에 보급되면서 실로 면을 짜는 생산성이 무려 3배 늘어났습니다. 실을 만들어도 금방금방 면을 만들어내니 실 부족 사태가 터졌죠. 이에 1760년대에 제임스 하그리브스가 ‘제니 방적기’를, 리차드 아크라이트가 ‘수력 방적기’를 개발합니다. 1770년대에는 새뮤얼 크럼프턴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뮬 방적기’를 만들었습니다.

20년에 걸쳐 실을 뽑는 방적 산업이 크게 발전하자 이제는 실로 면을 짜는 방직 산업이 이 속도를 못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랫듯이.’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죠. 1785년에 에드먼드 카트라이트가 방직 부문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역직기’를 만듭니다. 역직기 개발로 방직 산업 내 숙련 노동자들의 대량 실업이 발생할 정도로 생산성 향상이 컸다 합니다. 이후 미국에서 일라이 휘트니가 면화(목화솜)에서 실을 뽑아내는 공정 생산성을 무려 50배 늘린 ‘조면기’를 만들면서 실 공급 문제가 다시 해결됩니다.

제니방적기. 브리타니카


주목할 점은 이런 일련의 기술 혁신을 이끈 이들이 대부분 연구실에서 일하는 과학자가 아닌 수공업자였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과학 이론에 기초해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발명’보다는 과학적·실용적 지식에 기초해 기존 공정을 혁신해 가는 ‘개발’ 또는 ‘개량’에 보다 가까웠습니다. 이는 증기 기관 개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공업자이자 숙련공였던 제임스 와트는 탄광의 통풍과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쓰이던 대기압식 증기 기관에 응축기를 달았고 그 결과 증기 기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추후 증기선 개발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런 일련의 혁신은 면 공업, 증기 기관을 비롯해 제철 공업, 석탄 공업에서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제철 공업에서는 아브라함 다비가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해 철을 뽑아내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이를 이어 헨리 코트가 교반 및 압연법을 개발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늘었습니다. 19세기 중반에는 영국이 세계 선철(銑鐵)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합니다. 석탄 공업에서는 증기 펌프의 사용과 안전등의 발명으로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미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내 석탄 채굴량을 합친 것보다 2배 많은 석탄을 채굴했다 합니다.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증기 기관 엔진. 런던 과학 박물관


산업혁명이라는 분기점


도버 해협의 최단 길이를 기준으로 유럽 대륙으로부터 불과 33.2㎞ 떨어져 있는 섬나라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당연하게도 인근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 들어 프랑스와 미국이 산업혁명의 파급효과를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고 이후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가 대열에 합류했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거쳐 근대화에 나서면서 산업 국가로 변모하게 됩니다. 앞서나간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 및 사유 재산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면서 후발 공업화 지역에서도 각종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산업혁명은 어떤 우연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이보다 앞서 유럽 대륙에서 파급된 계몽주의, 합리주의, 시민혁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18세기 유럽에서 볼테르, 장자크 루소, 존 로크, 애덤 스미스, 제러미 벤담 같은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이 출현하면서 국가보다는 개인에게, 신보다는 인간에게 중점을 두는 계몽주의 사상이 발전했고 이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보다 앞서 영국에서는 왕권이 크게 약화되고 귀족·자본가의 힘이 세진 명예혁명이 일어났죠. 개인이 가지는 권리가 향상되면서 노력과 혁신의 과실을 개개인이 누릴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기술 혁신 릴레이가 일어나는 산업혁명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질주하기 시작한 기차는 멈추기 어렵습니다. 산업혁명은 생산·소득을 높였고 이는 국력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및 후발 공업화 국가들은 과학기술 연구, 기술 개량에 몰두했고 그 결과 19세기 초반부터 ‘2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불리는 결정적인 과학 기술의 진보가 연달아 일어나게 됩니다. 19세기 인류는 전류를 쓸 수 있게 됐고 전자공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자동차를 발명했습니다. 전화, 전파를 발명하면서 통신 산업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죠.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분기점으로 인류는 불가역적인 기술 혁신 ‘대질주’의 시대를 달리게 된 것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창업자 칼 벤츠가 188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그래서 AI는?


AI 이야기로 돌아가기에 앞서 이런 기술 진보가 경제학적으로 지니는 의의를 짚어봅니다. 경제학에는 ‘콥-더글라스 생산 함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국가 경제 내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 간단하게 설명한 모형인데요. 식은 이렇습니다. ‘생산량=기술 수준(A) * 자본 투입량(K) * 노동 투입량(L).’ 여기서 본래 자본과 노동에 붙어야 하는 ‘알파’, ‘베타’ 등 승수는 뺐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장, 기계 등 자본을 활용해 노동자들이 일하고, 여기에 공정 노하우나 과학 지식 등 기술 수준이 더해지면 한 국가 내의 생산량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술 수준은 자본·노동 투입량 이외의 여건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해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산업혁명은 사실상 노동력 만이 존재하고 있던 상황에서 기술 수준, 자본이 늘어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이 증가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은 전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세 요소 모두를 늘린 결과로 보야 하는데 이 중에서 특히 자본 투입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 자본을 늘리는 것이 어느 정도 한계치에 다다라 기술 수준, 즉 총요소생산성을 늘려야 저성장 국면을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다수 나오고 있죠. 선진화된 경제에서는 기술 수준 향상이 생산량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AI 발전은 앞으로의 경제 생산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AI를 자본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그 외의 총요소생산성으로 해석해야 할 지를 두고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사람이 같은 컴퓨터를 가지고 작업하더라도 전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더욱 고도화되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활용하는 웹툰 작가는 본래 10시간 들이던 작업을 1시간 내에 끝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기존에 작가를 돕던 작화, 채색 조수와 같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시각화 한 모습.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신대륙이 없다면


AI는 ‘게임 체인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러다이즘 운동이 일어났던 것은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다른 대체 일자리가 충분히 많이 생겨났다는 점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예로 들어봅니다. 조선시대에 K팝은 없었습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빴기에 연예 산업이 형성될리 만무했죠.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고도로 분업화돼 있어서 수많은 연예 산업 종사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무대를 선보이거나, 연기하거나,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다른 누군가(또는 기계)가 생산해낸 전자기기, 식료품, 서비스를 소비하죠. 산업혁명 이후 발명된 비행기에 타는 기장·승무원,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산업 일자리가 줄어들어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형성되면서 사회 전체의 실업 문제가 해결된 겁니다.

하지만 만약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라는 ‘신대륙’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픈AI가 만든 챗GPT는 2023년 3월 미국 변호사 시험을 상위 10%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법조인은 고도의 논리력, 법적 지식을 갖춰야 하기에 관련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든 어렵습니다. 때문에 세계 어디서든 높은 보수를 받죠. 하지만 AI는 본격 출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변호사 시험을 손쉽게 통과하면서 세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오픈AI의 GPT모델은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Generative)’ AI죠. 이것이 고도의 사고력, 논리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AI 기술 발전이 꼭 기존 일자리의 완전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려면 인류의 지능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 시대가 도래해야겠죠. 문제는 일자리 상당 부분의 ‘대체’입니다. 기자 직군을 예로 들면 취재 기자는 일반적으로 일하는 시간 절반 정도를 사람을 만나거나 자료를 조사해 취재를 하는데 쓰고 나머지 절반을 기사를 작성하는 데 씁니다. 이 나머지 절반, 글을 쓰는 작업이나 자료 조사를 AI가 도맡아 기존 대비 절반의 인력으로도 같은 생산물을 낼 수 있다면 언론사는 기존 기자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까요? 물론 인력을 유지하고 잔업을 AI에게 맡긴 뒤 심층 취재를 할 여건을 조성해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미래를 논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되 변화의 폭은 클 것이다, 정도가 현 시점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일 듯합니다. 과거 산업혁명 때 그랬듯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해피엔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 대부분을 AI가 대체하는데 새로 취직할 곳은 없어 대량 실업의 사태가 올지도 모르죠.

이번 ‘경제멘터리’는 AI를 활용해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오픈AI가 개발한 GPT-4 기반 챗GPT를 썼습니다.

명령어: “21세기 AI 기술 발전은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챗GPT: “21세기 AI의 진전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활용하고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AI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동시에 사회적 도전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챗GPT 프롬프트와 답변. 챗GPT


챗GPT 프롬프트와 답변. 챗GPT


챗GPT 프롬프트와 답변. 챗GPT


※[이덕연의 경제멘터리] 6화로 계속.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격주 주말 오전 연재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송병건, 경제사: 세계화와 세계 경제의 역사(해남, 2014)

김종현, 영국 산업혁명의 재조명(서울대학교출판부, 2006)

양동휴, 20세기 경제사: 대공황에서 세계화까지 중 “제 9장 영국 산업혁명과 신경제사 재론” (일조각, 2006)

토머스 대븐포트, 줄리아 커비, AI시대 인간과 일, 강미경 역(김영사, 2017)

조나단 워첼,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동화, 일자리, 그리고 직업의 미래(세계경제연구원, 2017)

그레고리 맨큐, 거시경제학, 이병락 역(시그마프레스, 2014)

이웅호, 이혜자, 영국 산업혁명의 의의와 시사점(경영사학, 2017)

Benjamin Schneider, Technological Unemployment in the British Industrial Revolution: The Destruction of Hand Spinning(2023, Oxford Economic and Social History Working Papers)

Daron Acemoglu, Pascual Restrepo, The Race between Man and Machine: Implications of Technology for Growth, Factor Shares, and Employment(American Economic Review,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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