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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α 지원으로 ‘K칩 반전’…"반도체에 韓 명운 달렸다"

■첫 대규모 반도체 정책프로그램 가동

세수 펑크로 국고 지원엔 한계

정책금융에 민간매칭펀드 조성

기업은 대출 한도 피할 수 있어

총 지원규모 10조대 중반 될듯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HPSP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소 10조 원 규모의 패키지 프로그램을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을 마중물 삼아 민간 재원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국고 여력을 고려해 직접적인 재정 투입은 최소화 하면서도 반도체 업계에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해 사실상 보조금 지급과 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세제지원 정도에만 머물렀다간 국제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2차 반도체 보조금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경우 향후 최첨단 반도체 시설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 지어질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기업 HPSP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산업의 명운이 한국 경제의 명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원 대상은 소부장·R&D·팹리스·제조 시설 등 반도체 전 분야를 포괄한다. 최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나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그릇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며 “재정이 밑부분 리스크를 막아주고 민간과 정책금융이 같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저희가 재정 지원을 무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며 “국고 지원은 한계가 있으니 세제 지원이나 정책 금융 등 다양한 수단을 섞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법인세수가 5조 5000억 원 감소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재정 투입보다 민관 공동 출자 펀드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지원 프로그램의 규모는 10조 원 중반대를 넘어설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과 정부 재정으로 마중물을 만든 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의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은이 수년 동안 연간 수천억 원 단위의 출자를 하면 이에 맞춰 민간 금융 기관들이 자금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최 부총리 역시 “기금은 매년 국회에서 채권 보증 동의를 받아야 해 절차가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같이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가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좋다”고 설명했다.

인구 소멸 지역으로 지정된 8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살리기 위해 조성한 지역활성화투자펀드는 정부·지역소멸대응기금·산업은행이 각 1000억 원씩 출자해 모펀드를 만들면 민간이 자펀드를 구성해 총 3조 원의 자금을 지역 개발에 투입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지원 정책 중에도 이와 유사한 민관 공동 펀드가 있다. 소부장과 팹리스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조성된 ‘반도체 생태계 펀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정부와 함께 총 3000억 원을 투입했다. 펀드의 경우 산은을 통한 대출 시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한도 제약을 피해갈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 출범 2주년 계기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반도체기업 HPSP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김용운 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정부 지원은 중소·중견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는 낮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상당하다”며 “이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 밸류 체인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재부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인허가 같은 행정 규제를 철폐하고 용수·도로·전기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에도 팔을 걷어부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곧 보조금”이라며 전력·용수 공급, 기반시설 구축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키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부총리는 “반도체 산업의 승부는 투자 타이밍이 가른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통해 시간보조금 지원의 속도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재부는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올해 연말 종료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일몰도 연장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최 부총리는 5569억 원 규모의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선도 기술 개발 사업과 9060억 원의 첨단 반도체 양산 연계형 미니팹 기반 구축 사업 등 기존에 마련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도 예비 타당성 조사를 조속히 완료해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대형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한 직접 지원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과 펀드를 통한 지원이 ‘생색 내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곽노정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도 최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라는 게 큰 자금이 들어가며 이것 자체가 부담”이라면서 “이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서 원가 경쟁력을 말하고 있고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기업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 보조금 지급이 변수다. 현재 미국은 390억 달러(약 53조 5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과 132억 달러의 R&D 지원금을 약속했는데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 출범 시 2차 반도체 보조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지금만으로도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급감한다. 미국반도체협회는 2022년 31%였던 한국의 10㎚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미국과 일본 등의 설비가 본격 가동되는 2032년 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미국 점유율은 28%까지 치솟는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핵심은 미국과 일본이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양산하는 2030년 이후”라며 “미국이 2차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면 한국에 지어질 최첨단 설비는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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