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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포비아' 커지는데…기계식 주차장 이용 확대 추진? 국토부 "시행 연기"

3월 입법예고한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법제처 심사 중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1일 발생한 화재로 차량들이 전소돼 있는 현장 모습. 인천 = 연합뉴스




전기차가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당 차량 기준을 바꾸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 화재로 주변 차량 140여대가 손상되고 해당 단지 단전·단수 등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6일에도 충남 금산에서 충전 중이던 기아 EV6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3월 입법예고한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시행을 위해 법제처 심사 중이다.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있는 차량의 제원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전기차는 하중 등에 상한이 있는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에 제약이 있다. 기존에는 대형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전기 승용차의 93%가 이용 가능했으나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16.7%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중형과 대형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차의 제원 기준이 상향되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 중 97.1%,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99.7%가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미 전기차로 인한 기계식 주차장 사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전기자동차 등장에 따른 대형 화재·붕괴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 중대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며, 전기자동차 보급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시설의 '주차장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계식 주차장 등 차량 하중의 영향을 받는 인공 구조물에 다수의 전기자동차가 주차할 경우 건축물 붕괴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현재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에만 물 분무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게 돼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기계식 주차장 역시 각 층이 아닌 사실상 한 층에만 소화설비를 설치해도 돼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진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화재 시에는 고온 유지와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화를 위해서는 질식소화포나 이동식 침수조 등 특수 설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진입이 쉽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의 특성상 이런 설비를 사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과 동일한 방식인 '랙크식 창고'의 경우 일정 높이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화재 진압에 유용하다"며 "기계식 주차장도 이처럼 어느 곳에서 불이 나도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개정안을 이달 중순께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안전성 검토 등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인천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도 있었고,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에 더 취약할 수 있으니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관계 부처 등과 더 심도 있게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더 필요한 기준은 없을지, 불이 났을 때 대처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등을 모색하고 보완책을 마련한 후 시행 시기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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