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미국 소매판매 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됐고 뉴욕 증시의 반도체 종목이 상승하면서다. 미국 변수의 진정, 호조가 예상되는 메모리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00원(3.89%) 오른 8만 200원, SK하이닉스는 1만 3000원(6.96%)이 급등한 19만 97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1.99%)을 크게 웃돌면서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이 두 종목을 각각 5203억 원, 3925억 원 쓸어담으면서 삼성전자는 ‘8만전자’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는 장중 ‘20만닉스’를 터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은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0% 증가해 전문가 전망치 0.3%를 넘어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누그러졌고 이 영향으로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해 D램 시장이 사상 최대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 청산,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경제 요인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것이 빠르게 회복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면서 이 같은 성과가 향후 기업가치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약 13조 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 4000억 원으로 7분기 만에 10조 원을 넘어선 것에 이어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는 아직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반영되지 않은 보수적 수치다. 하반기부터 HBM 실적이 반영되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에 HBM 공급을 확대하면서 3분기 7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8년 3분기 6조 5000억 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 매출이 3.5배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내년부터는 D램과 HBM 실적의 동반 증가가 기대된다”고 짚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와 내년 최대 실적 경신 등을 감안하면 HBM 글로벌 1위 업체로서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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