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가전에 이른바 ‘부심’이 정말 큽니다. 독일제 브랜드가 여전히 가장 큰 소구 포인트일 정도로요. 전통적인 제품 군에서는 여전히 독일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 차별화한 제품군 등으로 시장을 공략하려 합니다.”
7일(현지시각) 방문한 독일 베를린 중심가 쿠담 거리에 위치한 자툰 매장. 자툰은 한국의 하이마트처럼 여러 회사의 다양한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독일 내에만 400개 매장이 있다. 이 매장은 1만 ㎡정도 규모로 하루에만 약 1만 명이 방문하는 유럽에서도 가장 큰 매장에 속한다.
세탁기, 냉장고가 있는 3층에 들어서니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가 펼쳐졌다. TV 등이 판매되는 2층은 한국 기업이 접수하다시피 했지만 세탁기, 냉장고 경쟁에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지 브랜드는 물론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제품도 만만치 않다. 세탁기 제품은 총 6열로 전시돼 있었는데 각 열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첫 자리는 국내 제품들이 차지했다. 특히 LG전자는 4개 열을 꿰차며 손님들을 유혹했다.
유럽은 북미에 이은 최대 가전 시장이지만 새 주자들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관성이 강해 판을 흔들기 어렵다. 예컨대 전세계 세탁기 트렌드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에도 유럽은 여전히 10kg 이하의 적은 용량이 대세일 정도다.
때문에 LG전자는 건조기, 워시타워 등 밀레와 같은 유럽 시장의 터줏대감 브랜드들이 놓치고 있는 영역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유럽 브랜드들이 탄탄한 기본 가전에서는 고용량, 고급화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급 라인인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의 독일 버전인 ‘인스타뷰’ 냉장고는 LG전자의 독일 냉장고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날 매장 한 면에 연달아 세대가 전시된 인스타뷰 냉장고에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 브랜드에 앞서 선점한 AI 마케팅도 중요한 소구점이다. LG전자 세탁기가 진열된 쪽에는 AI DD모터와 6모션의 성능을 강조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LG전자의 AI 기술과 부품이 집약된 AI DD모터는 세탁물의 무게, 습도, 재질을 분석해 옷감을 보호하도록 6가지 모션 중 최적의 방식을 택한다.
AI DD모터는 에너지 효율도 높여준다. 유럽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LG전자는 6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맞춰 유럽의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 등급인 A보다 약 55% 효율이 더 높은 드럼 세탁기, 유럽 시장에 출시된 제품 중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적은 건조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리빙PD 팀장은 “독일 소비자들들은 전기세, 등급도를 직접 계산하며 구매할 정도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며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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