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연내에 임기가 끝나는 행장 후임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의 지주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새로운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Sh수협은행장 임기가 연말 만료된다. 재임 기간 중 실적은 물론 최근 금융계 중요 이슈로 떠오른 내부통제 요소가 연임 여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올 상반기 순이익 2조 535억 원을 기록해 은행들 중 유일하게 2조 원을 넘어선 데다 임기 중 별다른 금융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보다 안정을 강조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최근 기조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진 회장은 이달 2일 열린 창립 23주년 기념 행사에서 “현재 우리는 리스크 관리 단계”라며 “신사업보다는 우리가 하는 일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은 추석 직후 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2022년 1월부터 2년 임기 후 1년 연임에 성공해 3년째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재근 행장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임 기간 중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문제, 올해 100억 원 이상 배임 사고가 3건 발생한 점 등이 변수로 꼽힌다. 이승열 행장의 경우 지난해 은행권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하나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놓은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첫 연임에 도전하는 이 행장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올 들어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행장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리스크가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조 행장 재임 중 당국 보고 지연 문제가 발생했고 일부 대출이 조 행장 임기 중에도 지속됐다는 점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은행은 검찰과 당국으로부터 대대적인 수사·검사를 받고 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3월 새로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주요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에서 올 3월과 5월 잇달아 배임·횡령이 적발되며 내부통제 문제가 드러났던 점도 연임의 걸림돌로 꼽힌다.
강신숙 행장이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Sh수협은행은 강 행장을 포함해 6명을 롱 리스트 후보로 올리고 이달 12일 최종 면접 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강 행장이 2년 재임 기간 중 탁월한 실적 성과를 일군 만큼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SC제일은행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종복 은행장의 후임으로 이광희 부행장을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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