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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웨이퍼 소재 0% 관세 검토…美 반도체 압박 선제 대응[Pick코노미]

■수입소재 8종에 0% 할당관세

트럼프 "100% 관세" 예고 속

탄소복합재 등 신규지정 검토

반도체 가격경쟁력 강화 나서





정부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때 쓰이는 주요 수입 소재들의 관세를 내년에 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내산 반도체의 기초 원가 경쟁력을 높여주겠다는 목표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도가니, 탄소복합재(CCM), 그라인딩휠 등 총 8종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용 소재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과세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기존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었던 석영유리기판 등에 더해 반도체 웨이퍼용 소재에도 세금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웨이퍼는 고순도 실리콘을 초고온 도가니에서 녹여 원기둥처럼 생긴 잉곳을 만든 뒤 이를 디스크 모양으로 얇고 평평하게 잘라 만드는 반도체 원판이다. 웨이퍼 기판 위에 각종 공정을 거쳐 회로를 새긴 뒤 잘라내고 패키징 공정을 거치면 최종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반도체는 워낙 공정이 복잡해 각 단계마다 수없이 많은 소재가 필요한데 이번에는 특히 웨이퍼 생산과정에서 잉곳을 갈아내거나 깨끗이 닦아내는 소재들에 대해 관세 부담을 낮춰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반도체 웨이퍼 생산 장비용 소재 8종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고 SK하이닉스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고속 질주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업사이클은 미국 빅테크들의 대규모 시설 투자 덕분”이라며 “당장이라도 오픈AI 같은 기업들의 수익이 꺾일 수 있고 여기에 첨단 기술력을 갖춘 중국이 메모리 공급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내년 경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을 둘러 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정부가 관세 인하를 추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에 부여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VEU 지위가 철회되면 우리 기업은 중국 사업장으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 할 때마다 건별로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칫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레거시(구형) 메모리반도체만을 생산해야 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국발 관세 쇼크로 인한 충격을 반도체 수출이 막아주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산업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 늘어난 총 584억 달러(약 81조 1600억 원)로 대미 수출이 같은 기간 12%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7.1%나 증가한 151억 달러(약 21조 원)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8월 26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웨이퍼 소재 관세 인하는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상당히 경감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중심의 SK하이닉스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중심의 DB하이텍까지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전부 웨이퍼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그라인딩휠, CCM, 히터 등 소재 8종이 포함된 수출입 품목(HS코드)의 지난해 총 수입량은 14억 9980만 달러(약 2조 900억 원)로 집계됐다. HS코드 분류 한계상 이 수입 금액 전체가 반도체 소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백억 원 수준의 관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전망이다. 이는 모두 반도체 생산 원가 부담을 줄이는 데 쓰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욱 과감한 정부의 산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제한 등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앞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2000억 달러(약 27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도체·원전·의약품 등 각 산업별 비중이나 구체적인 투자 방식은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4월 추가경정예산안 발표를 통해 지난해 26조 원 수준으로 발표한 반도체 종합 지원 패키지 규모를 33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 중 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 규모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국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각종 규제 법안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반면 주52시간 예외 적용, 보조금 지급 등 산업 지원 방안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쿼츠(석영) 물품과 같은 일부 반도체 제조 장비용 소재는 경쟁국과도 세율 차이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경쟁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할당관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사이클에 취해 눈앞에 다가오는 위기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초 발간한 ‘한국 산업의 도약을 위한 전략적 과제’ 보고서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첨단 제조 시설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미국 주도의 국제 분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특례적 지원 여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일본·대만·유럽연합(EU) 대비 지원 수준을 최소한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 연구위원은 또 “데이터센터나 AI향 메모리·파운드리 부문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경기 조건을 활용해 경쟁국 주요 기업 대비 양산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점유율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도 분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할당관세가 적용될 경우 반도체 제조 원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며 “할당관세의 최종 적용 여부는 기재부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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