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와 한양학원 간 한양증권 인수 본계약 일정이 또 연기됐다. 공시를 통해 확정해 놓은 일정을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한양재단측의 주먹구구식 매각 진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와 한양학원은 막바지 협상 끝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일정을 20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KCGI는 지난달 2일 인수 우선협상자 대상자로 선정돼 한양학원과의 5주 간 독점 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당초 협상은 이달 6일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양측은 협상 기간을 일주일 더 늘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약속을 자신들끼리 바꾸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계약이 미뤄지는 배경은 가격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KCGI는 한양증권 보통주 376만6973주(29.6%)에 대해 주당 6만5000원을 적용해 2448억 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이는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LF의 주당 5만3000원과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KCGI는 가격을 낮춰 달라는 입장을, 한양학원은 주당 6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맞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KCGI가 2000억 원 대 중반에 달하는 인수 자금 마련으로 계약 일정이 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안했다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날 한양증권 종가는 1만 613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한 만큼 출자자(LP)를 모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앞서 KCGI가 다올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카드사 등을 찾아갔으나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만 KCGI 측은 자금을 다 모았지만 계약서를 일부 조정하는 과정에서 2차로 기한이 연장된 것이라는 설명하고 있다. KCGI 관계자는 “법적 조항들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 등을 최근 출자자로 확보해 숨통을 틔운 것으로 전해졌다. OK금융은 KCGI가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에 약 1200억 원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계약이 최종 무산될 경우 차순위 협상 대상자인 LF그룹에게 협상 기회가 넘어가게 된다. LF 측은 이번 연장 건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계약이 성사돼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될 전망이다. KCGI뿐 아니라 펀드에 출자한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 등 LP들에 대한 적격성도 모두 따지게 된다. OK금융그룹은 대부업 낙인 등을 우려해 계열사를 통해 출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료 보강 요구 등 심사 과정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투명한 매각 과정에 대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28위의 강소 증권사로, 채권 발행과 부동산 금융 등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은 4898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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