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할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싱가포르의 실무 중심 교육정책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방침이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폴리텍대(종합기술전문학교)를 거점으로 기업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를 방문해 직업·평생교육 우수 사례를 살폈다. 국교위가 2022년 9월 출범한 후 첫 해외 출장이었다. 이 국교위원장은 찬춘싱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대한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싱가포르국립대(NUS) 평생교육기관과 난양폴리텍, 기술교육원(ITE), 교원 양성 대학인 국립교육원(NIE) 등 여러 교육기관도 들렀다.
이 국교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싱가포르 방문을 통해 직업·평생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이 일반 대학에 지나치게 치중해 있다”며 “앞으로는 싱가포르처럼 폴리텍대를 대폭 늘리고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안에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교위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폴리텍대를 중심으로 한 싱가포르의 교육 체계 전반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가 직업교육 강국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성적에 따라 학생을 구분하는 ‘능력 중심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졸업시험(PSLE) 성적에 따라 중등교육 배정이 결정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명문 중학교로 진학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직업교육 기관에 가는 식이다. 현재 싱가포르 고등학생의 약 20%만이 일반 대학에 진학하며 나머지 80%는 폴리텍대와 기술교육원(ITE)에 간다. 이는 한국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70% 수준)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직업교육만으로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 한국보다 대학 진학 압박이 덜하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스킬스퓨처(SkillsFuture·기술이 미래다)’를 국가 어젠다로 내걸고 중학교 때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직업교육이 이뤄지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싱가포르·테마섹·니안·난양·리퍼블릭폴리테크닉 등 5개의 폴리텍대는 다양한 산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한 훈련 체계 시스템, 첨단 학과 및 장비·시설 구축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전국에 8개 대학, 41개 캠퍼스의 폴리텍대가 운영 중이며 총 246개의 학과가 마련돼 있다. 한국의 폴리텍대는 싱가포르만큼 산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고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일반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난에 부딪혀 뒤늦게 재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교육 훈련 시간을 80% 이수하면 현장 실습을 나가도록 돼 있지만 싱가포르처럼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교위는 이런 내용을 구체화해 올해 12월까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마련하고 내년 3월 최종안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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