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등 각종 정책이 한국,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들을 자주 받는다. 정책 발표에 대한 말바꾸기가 워낙 심하다 보니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장한대로 미국이 25% 또는 그 이상의 관세율을 고수한다면 종국에는 한국도 미국도 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관세정책 외에도 경제학자의 눈길을 끄는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또 있다.
최근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따르지 않으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시키겠다며 압박을 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오락가락하는 정책 행보에서 기인한 불확실성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다. 미국 금융권에서는 이미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올리고 있다.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함을 느껴서인지 트럼프는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을 하며 경기둔화가 연준의 늦은 금리 인하 때문이라는 주장을 곳곳에서 펴고 있다.
하지만 관세전쟁과 불확실성이 촉발한 현재 상황을 연준의 통화정책만으로 대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고, 물가에 대한 염려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면 고용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게다가 연준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물가와 금융 안정성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연준의 독립성이 경제성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서 아직 논쟁이 있다. 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도움이 되고 이것이 경제가 성장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데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연준이 정부와 정치에 종속되고 인기에 영합해 통화량을 늘리면 종국에는 물가가 살인적인 수준으로 상승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함은 1920년대 독일부터 최근 베네수엘라까지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무리한 압력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트럼프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의 중단을 요구하며 미국 유명 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감축하거나 끊겠다고 위협하며 대학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자신과 관점이 다르다고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행위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연구개발(R&D) 활동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미국 대학들에 대한 지원 중단은 정보통신(IT) 기술에서는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중국을 견제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도 모순된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정책 행보는 준비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세율을 인상한다고 했다가 유예하고, 관세율도 25%인지 26%인지 왔다 갔다 하고, 상호관세를 올릴지 품목관세를 부과할지 말을 바꾼다. 또 중국은 반응이 없는데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된다고 했다가 중국이 개방하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속도전을 예고한 무역협정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가 자가발전하는 이와 같은 혼란은 경제정책의 신뢰도를 낮춰 정책환경을 더욱 나쁘게 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커지면서 최근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43%로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데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정책 행보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트럼프가 발언하면 주가와 미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조용하면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미국 곳곳에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국정 동력 유지와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면 트럼프도 일방적인 정책 폭주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미국은 인류사 최초로 왕족이나 귀족이 아닌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이주해 민주적으로 세운 나라다. 1776년 건국 이래 약 250년 동안 군사 쿠데타 또는 독재 없이 이어진 미국의 민주주의는 나름 모범 사례가 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유사한 제도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미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빠르게 트럼프의 폭주에 제동을 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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