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이 우량 중견기업을 위한 회사채 직상장 통로를 열었다. 공모 회사채 발행 경험이 없는 중견기업이 자기 명의로 채권을 발행하고, 신용보증기금의 전액보증과 한국산업은행의 채권 인수로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와 산은, 신보,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산은 IR센터에서 ‘중견기업 QIB(적격기관투자자) 회사채 프로그램’ 첫 발행 기념식을 열고 로젠·디케이씨 등 2개 기업이 총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공모 회사채 발행 실적이 없는 중견기업이 QIB 전용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정책기관이 협업했다. 발행액 중 최대 80%는 신보가 원리금 전액을 지급보증하며, 나머지 20%는 산은이 인수한다. 신보의 전액보증을 통해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AAA 등급으로 인정받게 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기존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대비 비용 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P-CBO는 유동화 구조에 따라 발행비용이 높고 후순위 채권 인수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QIB 프로그램은 유동화 없이 기업 명의로 직접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금리는 평균 1.3%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발행을 통해 첫 회사채 시장 진입 이력을 남기고, 투자자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금융위는 “QIB 프로그램은 회사채 시장 경험이 없는 중견기업이 저비용으로 시장에 데뷔할 수 있는 디딤돌이자, 직접금융 중심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정책금융기관과 자본시장이 협력해 우량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며 “성장성과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의 안정적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내 QIB 프로그램의 발행 사례를 확대하고 적격 중견기업 추천과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더 많은 중견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며 “금융위도 프로그램의 안착과 확산을 위해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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