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신약 개발 실패 소식에 국내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동전주로 전락한 데다 관리종목 지정으로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월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바이오 기업 오름테라퓨틱(475830)은 지난달 28일 유방암 치료제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오름테라퓨틱이 핵심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폭락했다. 당시 오름테라퓨틱은 직전 거래일 대비 7650원(30%) 떨어진 1만 78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한가를 기록했고 지난달 30일 1만 8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약 개발에 문제가 생기며 주가가 급락한 바이오 기업 사례는 올 들어 속출하고 있다. 앞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특발성폐섬유증(IPF) 신약 후보 물질인 ‘BBT-877’의 임상 2상 톱라인(주요 지표)에서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시한 후 주가가 폭락했다.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신약 개발 실패 소식이 자금난 우려를 가중시켰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주가는 894원으로 지난달 14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8960원 대비 90% 넘게 하락했다.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두 달 동안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식 250억 원어치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올 1월에는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이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SCM-CGH’가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공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현재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주가는 1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거래소가 의약품 제조업 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은 국내 바이오 종목 중 안트로젠(065660)과 신풍제약(019170)도 올해 신약 개발을 진행했다가 임상에 실패하며 현재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장폐지 위험도 주가 침체를 거들고 있다. 거래소가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으로 분류한 국내 바이오 종목 중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에스씨엠생명과학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포함해 셀루메드(049180)·HLB펩(196300)·피씨엘(241820)·앱클론(174900)·셀레스트라(352770) 등 총 7곳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30억 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손실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경우가 3년간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다. 다만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최대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유예기간이 끝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번 임상 실패로 내년 상장폐지 심사 대상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이은 임상 실패가 신약 개발 바이오 산업 전반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성장성 특례 1호로 코스닥에 상장한 셀리버리는 신약 개발 기대감을 앞세워 시가총액 3조 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끝내 자본 잠식에 빠지며 올해 퇴출당했다”며 “셀리버리의 상장폐지를 비롯해 최근 연달아 발생 중인 임상 실패는 국내 투자자들로 하여금 신약 개발 바이오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