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압박하고 달래는 양면 작전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0일 한 타운홀 행사에서 “한국·일본·인도와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의 군대에 돈을 대고 있다.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한국 등이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마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0일 대미 투자를 발표한 글로벌 기업을 초청한 자리에서 현대차를 가장 먼저 거명하며 “생큐”를 연발했고 삼성도 거론하며 “관세를 이겨내기 위해 큰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4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경제 지표 악화까지 겹치면서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경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곧 타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계속하는 이유다. 관세 전쟁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관세 부메랑에 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해 이례적으로 역성장했다. 관세 폭탄에 직면한 중국 경제도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에 49.0을 기록해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한미 통상 협상에서 조속한 성과를 원하는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리지 말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원칙에 따라 촘촘한 전략을 세워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 협상을 해야 한다. 6·3 대선 전까지는 협상의 기본 틀을 잡는 데 주력하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최종 타결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는 양국 갈등이 격화하면 수출 타격 등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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