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對)미 협상 드라이브와 강한 달러 매도 심리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6시 42분께 1397.2원에 거래됐다. 전거래일 새벽 종가(1426.9원)와 비교하면 30원에 이르는 낙폭이다. 저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가리킨 건 지난해 12월 2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에 ‘미중 관계 변화’를 꼽았다. 중국 정부가 이날 미국으로부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그간 "협상은 없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협상 관련 발언을 일축해온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날 1300원대 환율을 예견한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유화 제스처를 보내도 완강하던 버티던 중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면서 “원화는 위안화에 강하게 연동되는 통화인 만큼 미중 협상 모드로의 전환에서 크게 절상 압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 밀접성이 큰 만큼 미중간 협상 물꼬에 원화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이날 대만 달러가 크게 절상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역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7.27위안대에서 7.24위안대로 하락(위안화 절상)했다. 달러화 대비 대만 달러 환율은 30.81대만 달러까지 급락(대만 달러 절상)했는데 이는 2024년 1월 2일 이후 최저치다.
이 밖에도 연휴를 앞두고 달러에 대한 롱포지션을 스탑(달러 손절매도)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는 딜러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극단으로 치달아 가던 글로벌 무역 갈등이 돌파구를 찾아가면 원화도 빠르게 절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선반영해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은 미국 측 고위 관계자들이 관세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의향이 있음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며 "최근 (미국이) 중국과 대화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