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한국의 과도한 부동산 쏠림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저축을 못 해둔 젊은층은 주택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 결혼률과 출산율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은 최근 국제경제협회(IEA)와의 인터뷰에서 “금통위원으로서의 새 역할 때문에 연구 활동에 제약적"이라면서도 “동시에 이 역할은 새로운 연구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가계부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새 금통위원으로 합류한 이 위원은 최근 임기 1주년을 맞았다. 이 위원은 행정고시 42회로 공직에 입문한 기획재정부 출신의 경제학자로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 컨설턴트와 서강대 경제학과 부교수를 거쳐 2020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던 이 위원이 부동산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의 새 임무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는 부동산 쏠림 현상은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한국에서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은 부채 의존도를 높이고 소비를 제약시킨다”면서 “저축을 해두지 못한 젊은층은 주택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 결혼률과 출산율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한은에 오기전 주택 공급 정책, 외국 투자자의 비중, 그리고 그들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 부동산 관련 연구 주제를 조사했다”면서 “현재 연구는 한국에서 주택에 자산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근본적인 요인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과도한 주택 쏠림 현상의 배경으로 미성숙한 국내 금융시장과도 연결지었다. 이 위원은 “미국의 S&P 500과 달리 한국의 전체 주식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주택 투자나 저축보다 일관되게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과거 공직 경험과 관련한 연구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으로 옛 동료들은 (서울에서) 약 4시간이 걸리는 통근을 매일 해야 하거나,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허리 통증, 근육 통증, 수면 부족, 일과 삶의 균형 유지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 비율(하루 2시간 이상 통근하는 근로자)이 1% 증가할 때마다 병원 방문 근로자 수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의료비는 각각 3.5%, 9.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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